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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풀,들꽃

등대풀과 등대시호 / 등잔걸이처럼 생긴 풀

향곡[鄕谷] 2021. 4. 20. 11:52

 

등대풀과 등대시호

등잔걸이처럼 생긴 풀 

 

 

 

산길을 다니며 등잔걸이를 닮은 풀을 보았다. 등대시호와 등잔풀이 그것인데, 강원도 이북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는 등대시호는 정선 두리봉에서 보았고, 경기 이남 들에서 볼 수 있는 등대풀은 보령 장고도에서 보았다. 등잔(燈盞)은 동식물성 기름이나 석유를 연료로 등불을 켜는 그릇이다. 그 등잔에 불이 등잔불이다. 등잔불은 어두움을 밝히는 불이요, 신과 교감을 가지는 불이다. 호롱불은 어두움을 밝히는 것이며, 무덤을 밝히는 장명등(長明燈)은 제사를 지낼 때 켜는 불이다.

 

등대풀은 대극과의 한두해살이풀로 4~5월에 등잔 모양의 꽃이 핀다. 등대풀은 등잔을 거는 등잔걸이를 닮은 풀이란 뜻으로 등대(등을 거는 대)와 연관시켜 지은 이름이다. 그러나 다른 주장으로는 '등대풀의 등대는 일본말의 등잔을 말하며 등잔풀의 오역이요, 옛말 집안의 조명기구인 등명대(燈明臺)를 말한다'(이윤옥 지음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고 하였다. 등대풀은 줄기 밑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전체에 긴 털이 있다. 잎은 거꿀달걀형이고, 가장자리 위쪽에 잔 톱니가 있고 끝은 오목하거나 뾰족하다. 장고도 둘레길을 걷다가 만난 등대풀 꽃차례는 불이 꺼질세라 오목하게 감싸고 있는 앙증맞고 귀여운 모습이다.   

 

등대시호는 우리나라 중부,북부지방에서 자라는 한국 특산식물로 7~8월 한여름에 피는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로 강원 이북 고산지대에서 좁게 분포하는 풀이라서 보기는 쉽지 않다. 바위지대나 풀밭에서 자라는 등대시호는 높이는 30㎝로 줄기는 곧게 서고 털은 없다. 시호류는 대개 높은 지대의 숲 속이나 초원에서 간간이 자라는 풀이다. 등대시호는 꽃차례 모양이 등을 거는 등대와 비슷하여 얻은 이름이다.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등대시호를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잎이 달린 모습이 특이하여 기억에 남는다. 들꽃 사진을 담으러 백두산에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선비가 등잔불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학문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한유의 시 '가을날 스산히 내리던 비도 그치고, 신선한 바람이 빈 땅에 불어오니, 등불을 당겨 앉아 책을 펴리라'하였다. 들과 산에 다니며 자연에서 무엇을 발견하는 것은 산행에서 맛보는 작은 즐거움이다. 꽃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삶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도 있다. 우리가 꽃을 보고 좋아하는 것은 우리들 마음에 꽃다운 요소가 있어서 그렇다. 그다음에는 내가 지닌 꽃다운 요소를 꽃피우고, 여는 일이다. 그러니 어디에 있는 꽃을 찾아 같이 떠나는 것은 진정 꽃다운 일이다. 

 

 

 

등대풀 / 충남 보령 장고도 (2021..4.9)

 

 

등대시호 / 강원 정선 두로봉 (200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