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풀,들꽃

원추리 / 어머니 꽃

향곡[鄕谷] 2021. 5. 8. 11:44

 

원추리

어머니 꽃

 

 

 

원추리 / 북한산 (2007.7.11)

 

 

 

원추리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참나리 꽃과 크기나 모습이 비슷하다. 참나리는 긴 줄기에 작은 잎이 어긋나게 달리고 꽃이 젖혀지는데 비해, 원추리 잎은 부챗살처럼 퍼지며 달린다. 가운데에서 잎보다 길고 가는 초록 꽃대가 올라와 여러 개 꽃망울이 달리며 꽃을 피운다. 여름에 피는 원추리꽃은 수명이 짧지만 여러 개 꽃망울에서 번갈아 피기에 오래 꽃을 볼 수 있다.

 

원추리 한자이름은 훤초(萱草)이다. 어른들이 쓰는 말씀 중에 나이가 드신 남의 어머니를 높여 자당(慈堂)이나 훤당(萱堂)으로 부르는데, 그 훤(萱)이 원추리이다. 훤초 〉원초 〉원추 〉원추리가 되었다. 노란색은 부귀의 색이요, 잡귀를 막아내는 색이며, 밝고 아름답다. 원추리가 피기 전 꽃봉오리가 사내아이 고추를 닮았기에 남아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주술적인 바램을 나타내는 뜻도 있다. 그래서 이 꽃을 의남초(宜男草)라 부르는 까닭이 있었다. 모양을 보고 나타낸 뜻은 그래도, 원추리는 씨앗을 잘 맺지 못하는 성질이 있다.

 

원추리는 원래 '시경'에서 북당가에 심었다 하여 아녀자의 꽃으로 여겼는데, 당나라 시인 맹교가 '유자음'이란 시를 지은 뒤로 어머니를 상징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자음이란 시는  '원추리는 북당 섬돌 가에서 자라는데 / 집 떠난 아들은 하늘 끝을 가는구나 / 자애로운 어머니는 문에 기댄 채 / 원추리꽃을 보지 못하네'라 하였다. 어머니가 문에 기대에 늘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그렸다. 조선시대 김일손은 시 '근심을 잊게 하는 원추리'에서 원추리를 어머니에게 바치는 꽃으로 묘사하여 '꽃을 바쳐 어머니의 얼굴이 펴지기를 원하는데 / 집 떠난 아들의 돌아올 마음은 믿을 수가 없다' 하였다. 우리 옛사람들은 이렇게 원추리를 어머니 꽃으로 여겼다. 

 

원추리는 볕이 잘 들고 조금 습한 땅에서 무리 지어 자란다. 넘나물이라 부르는 원추리는 독이 없어서 꽃부터 뿌리까지 모두 나물로 해 먹었다. 어린 순을 데쳐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기도 하고 묵나물로 두고 먹었다. 정월대보름에는 넘나물 국을 끓여 먹는 풍습이 있을 정도였다. 산길에 피어난 원추리를 보면 꽃빛 따라 얼굴빛도 밝아진다. 들꽃이 모두 아름답지만 노란색이 짙어서 눈으로 받는 효과가 강렬하다. 색도 강렬하고 새 순을 먹으면 취할듯 아득하여 망우초(忘憂草)라 부른다. 비가 오는 날 산길에서 원추리를 만나면 가슴이 더욱 환하다. 어머니를 만난 것처럼 푸근해지고 세상 근심을 잊어버릴 것 같은 아름다운 꽃이다.

 

 

 

원추리 / 용문봉 (경기도 양평. 2010.7.10)

 

 

 

원추리 / 귀목봉 (경기도 가평. 2013.6.15)

 

 

 

원추리 / 신선봉 (경기도 양평. 2014.7.1)

 

 

 

원추리 / 경기도 남양주 다산길 (2017.7.24)

 

 

 

원추리 / 남한산성 (경기도 광주. 2019.7.30)

 

 

 

원추리 / 흑산도 칠락산 (전남 신안. 2020.6.9)

 

 

 

원추리 군락 / 가거도 회룡산 (전남 신안. 202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