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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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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과 봉암성에서 보는 겨울 / 세상은 눈 속에

향곡[鄕谷] 2023. 1. 18. 23:17

 

남한산성 21

 

남한산성과 봉암성에서 보는 겨울  

세상은 눈 속에

 

남한산성 중앙주차장 - 현절사 - 북문 갈림길 - 동장대 - 동장대 암문 - 남한산(522.1) - 15 암문 - 벌봉(512.2) - 동장대 암문 - 현절사 갈림길 - 현절사 - 중앙주차장

이동거리 4.7㎞. 이동시간 2:09. 휴식시간 0:44. 계 2:53 (2023.1.18. 맑음. -2~2℃)

 

 

 

 

 

 

남한산성에 올라갔다. 산 아래와 다르게 내린 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소나무는 눈을 머리에 이고 있고, 바닥에 눈은 신을 덮지 않을 만큼 쌓였다. 겨울에는 태양의 고도가 낮은 대신 햇빛이 비스듬히 통과한다. 거기에 산 높은 곳은 기온이 낮아서 햇빛이 공기층을 통과하면서 열에너지를 더 많이 뺏으니, 바닥까지 내려오는 열기는 적어서 눈이 녹지 못한다. 날은 그렇게 차지 않아 눈길은 걸을 만하다. 

 

동장대에 오르니 나무 높은 곳에서 얼었던 상고대가 햇빛에 반짝인다. 상고대가 녹고 있었다. 일찍 왔으면 풍광이 보기 좋았을 텐데, 산 오르는 것이 늦었다. 부지런함이란 빨리 움직이는 것이요, 미루지 않는 것이다. 나무에 동고비와 곤줄박이가 찾아와서 분주하게 다닌다. 까마귀가 나타나 까악 큰소리치고 머리 위 나뭇가지에 앉았다. 히말라야에 사는 까마귀는 '고록'그러는데, 까마귀 소리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내 상차림이 별로였는지 까마귀가 금방 자리를 뜬다. 새들은 이렇게 움직이는데,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있다. 겨울잠을 자도 근육이 위축되지 않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동안 재생단백질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뒤척여 신진대사 활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추위에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 

 

남한산성 동장대에서 남한산이 있는 봉암성으로 건너가니 바람기가 없다. 푸서리에 눈이 쌓였어도 온전히 햇볕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줄거리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새파랗다. 조선시대 어느 문인은 겨울산을 보고 살집을 발라내어 뼈다귀만 추린 것 같다고 하여 동골(冬骨)이라 했다. 봉암성은 성이 허물어져 그런 분위기가 나서 겨울 분위기를 살피러 오기에는 좋다. 눈 녹아 물이 모인 곳은 땅이 질척하다. 그곳에 새가 앉았다가 물을 마시고 갔는지 발자국이 희미하다. 소동파의 시에 '인생 이르는 곳이 기러기 진창을 밟은 자리 같다'는 글이 있다. 인생이란 지나서 보면 기러기 날아가고 앉은자리처럼 자국이 희미하다. 눈길 걸으면 세상일도 눈 속에 묻혀 희미해지고 마음은 편안하다.    

 

    

※ 교통편 :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에서 남한산성 가는 9번 버스 이용, 종점인 중앙주차장 하차. 올 때는 역순으로 이용. 

 

 

 

 

 

나무에 남아 있는 상고대가 보인다

 

 

 

 

 

 

 

 

 

 

남아 있는 상고대가 햇빛에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