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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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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겨울 풍경

향곡[鄕谷] 2022. 12. 31. 15:04

청계산 겨울 풍경

 

경기도 성남시, 의왕시 

옛골마을 - 봉오재 - 목배삼거리 - 이수봉(545) -  국사봉 (540) - 고개삼거리 - 하우현성당

이동거리 8.3㎞. 이동시간 3:33. 휴식시간 1:29. 계 5:02 (2022.12.30. 맑음. -4.4~2.3℃)

 

 

 

 

 

밤새 눈이 내렸다. 떡가루를 뿌린 듯 곱게 내린 가랑눈이다. 올 겨울에는 눈을 자주 본다. 나무는 가지마다 눈꽃이고, 눈썰매를 타고 싶은 적당한 경사가 있는 산길이다. 눈이 오는 것을 알지 못할 때 내린 도둑눈이나 동지섣달에 눈이 오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눈이 오면 동해(冬害)가 적어서 보리가 잘 자라고, 식물은 물을 얻을 수 있어 그렇다. 그래서 눈은 풍요와 길상(吉祥)의 뜻으로 새긴다. 

 

양지쪽에는 눈석임이 간혹 있지만 산길은 대부분 눈이 녹지 않았다. 산자락에는 가끔 크고 작은 짐승 발자국이 보인다. 발굽이 있는 것도 있고, 작은 발자국도 있다. 푸서리 겨울 땅에 눈까지 내렸는데, 밖으로 나오는 짐승은 먹이를 구할  한 가지 희망을 가지고 떠난다. 응달 토끼는 살아도 양달 토끼는 못 산다는데, 양달 토끼는 건너편 응달을 보고 겨울인 줄 알아 희망도 가지지 못하여 그런다. 희망은 누구나 놓쳐서 안 되는 끈이다.

 

나무 사이로 새들이 날아다닌다. 새는 나뭇가지 사이를 쏜살같이 지나가면서 걸리지도 않는다. 까마귀가 몇 마리 모여들었다. 가마고리가 가마괴, 까마귀가 되었다. '가마'는 검다는 뜻이고, '고리'가 새의 뜻을 가진 고어이고, '괴', 그리고 '귀'가 되었다. 그러니 까마귀는 검은 새이다. 잠시 쉬었다가 떠나려 하니 나무 위에서 기다렸던 까마귀들이 까악 까악 큰 소리를 낸다. 무얼 내놓으란 것인가? 까마귀의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먹여 주는 것을 반포(反哺)라 하는데, 숲에서 먹이를 찾는 이 새들이 반포조(反哺鳥)일까? 갑자기 본가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 생각이 났다. 오늘 아침은 무얼 해 드셨을지.

 

이수봉에서 국사봉으로 가는 능선은 좌우가 터져 바람을 받는 공간이다. 바람이 차지만 눈길은 걸을 만하다. 둔탁하여 자주 카메라를 꺼내기 어려워도 겨울 풍경을 놓칠 수는 없다. 바람은 살아서 움직이는 기운이다. 바람은 산의 생명 기운이다. 눈산에 바람이 없으면 어찌 겨울산이라 하겠는가. 날씨와 체력이 도와줘야겠지만, 겨울산에서 눈 밟는 일은 매력적인 일이다. 

 

 

 

 

까마귀는 나무에서 까악까악 울고

 

짐승 발자국

 

 

 

 

 

 

 

사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