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2023/12 5

고사목 (枯死木) / 먹이가 되고 은신처가 되고 흙이 되고

고사목 (枯死木) 먹이가 되고 은신처가 되고 흙이 되고 고사목(枯死木)은 말라죽은 나무다. 고사목은 생태적 수명을 다한 것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몸이 늘어나듯 나무도 그러하다. 나무는 나이가 들면서 광합성을 못하는 부위가 늘어나기에 광합성을 하는 수관 부위를 늘린다. 이에 비해 뿌리 쪽은 일정 넓이를 확보한 뒤로는 흡수기능을 높이기 위해 기존 뿌리를 고사시키고 새 뿌리로 교체한다. 뿌리가 늘어나지 않으니 형태가 불균형이 생긴다. 그래서 외부 요인에 의한 충격이나 교란요인이 있으면 버티지 못한다. 산에는 세월을 이기지 못한 고사목이 많다. 세월을 이길 생물은 없다. 그러나 고사목은 넘어졌다고 삶의 인연을 다 마친 것이 아니다. 고사목은 그 자체가 먹이가 되고 은신처가 되어 동물들을 모은다. 고사목은 다..

겨울비 오는 우이령길

겨울비 오는 우이령길 교현리 - 우이령길 - 우이역 이동거리 7.3㎞. 소요시간 2:30 (2023.12.11. 비. 5.0~12.3℃. 비11.4㎜) 밤새 온 비에 나무와 풀이 젖었다. 비는 소리 없이 내린다. 땅은 비에 젖어 봄날 땅처럼 부드럽다. 지금은 비가 내린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뿌린다고 하였다. 비의 고어가 .블'인데, 뿌리다의 고어 '쁘리다' 의 어근이 '블(쁠)'이다. '블'이 비의 뜻을 지녔고, 그래서 비는 뿌린다고 하였다. 봄비는 만물을 소생시키고, 겨울비는 땅을 마르지 않게 한다. 길가에 산수국 잎도 비에 젖었다. 수국(繡菊)이 수국(水菊)이 되었다. 노박덩굴 열매는 새가 먹은 것인지 빗물에 흘러서 가버린 것인지, 노랑 껍질 속 빨강 열매는 몇 개만 남아 있다. 밤나무도 줄기가 비에 ..

인왕산 · 안산 / 개미마을에서 봉원사 입구까지

인왕산 3 인왕산(339.9m) · 안산 (296m) 개미마을에서 봉원사 입구까지 서울 서대문구. 종로구 개미마을 - 기차바위 - 인왕산 정상 - 선바위 - 무악재 하늘다리 - 안산 무악정 - 봉원사 입구 이동거리 5.3㎞. 이동시간 2:19. 휴식시간 1:01. 계 3:20 (2023.12.8. 맑음. 5.1~16.8℃) 바람은 있으나 찬기는 없다. 초겨울 날씨가 널 뛰듯 바뀌어 종잡을 수가 없다. 일찍 핀 개나리는 철 모르는 아이가 되었다. 개미마을에서 올라가는 산길에 단풍이 채 들지 않은 잎이 수북 떨어져 있었다. 올해는 고운 단풍을 찾기가 어려웠다. 기온은 높은데 날씨의 변화는 무디어 나뭇잎이 떠날 준비도 못한 사이에 겨울이 오고 말았다. 잎과 뿌리가 교감을 나눌 사이가 없이 이별을 하고 만 것이..

북한산둘레길 3-2. 화계사 ~ 형제봉입구 / 고개고개 넘는 산길

북한산둘레길 3-2. 화계사에서 형제봉입구 고개고개 넘는 산길 화계역 - 화계사 - 구름전망대 - 빨래골 - 경천사 - 솔샘길전망대 - 정릉탐방지원센터 - 형제봉 입구 - 평창동(롯데아파트) 이동거리 7.2㎞. 이동시간 2:50. 휴식시간 1:20. 계 4:10 (2023.12.4. 맑음. -3~9.3℃) 며칠 반짝 영하권으로 내려갔던 날씨는 아침부터 풀렸다. 화계사를 지나 구름전망대에서 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북한산 동편으로 모든 산들이 빙 둘러 섰다. 우리를 감싸 안는 산이요, 산 안으로 들어오면 숲이 우리를 감싼다. 산길로 들어서니 고사목이 많다. 고사목은 생태적 수명을 다한 나무이다. 나무도 세월이 가면 쓰러진다. 자연으로 돌아가 새 생명의 자양분이 된다. 생명은 모두가 그렇게 변한다. 이렇게 생..

북한산둘레길 3-1. 우이동 ~ 화계사 / 겨울 나무 속으로

북한산둘레길 3-1. 우이동에서 화계사까지 겨울 나무 속으로 북한산우이역- 419 묘지 - 보광사 - 이준열사묘 - 통일교육원 - 화계사 일주문 - 화계역 이동 거리 7.4㎞. 소요 시간 4시간 (2021.12.8. 맑음) 12월 초 찬바람이 한번 지나가고 날씨는 다시 푸근해졌다. 겨울 산행은 기온도 어느 정도 도움이 필요하지만 바람이 자야 한다. 최근 비가 온 후 우이동계곡은 물이 많고도 맑다. 비가 내리고 나서 더욱 맑아졌다. 우이동에서 화계사까지 걷는 길은 높지 않아서 얘기하며 걸어도 숨차지 않은 길이다. 산행은 초반에 숨 고르기가 어려운데 이곳은 그런 염려가 없다. 419 묘지 주변 갈참나무들은 선열들의 기상처럼 하늘을 찌른다. 한참을 쉬다니 직박구리가 주변을 기웃거린다. 직박구리는 어디서나 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