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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걸어서 보는 세상/서울 걷기 좋은 길

북한산둘레길 3-2. 화계사 ~ 형제봉입구 / 고개고개 넘는 산길

향곡[鄕谷] 2023. 12. 5. 11:38

 

북한산둘레길 3-2. 화계사에서 형제봉입구

고개고개 넘는 산길

 

화계역 - 화계사 - 구름전망대 - 빨래골 - 경천사 - 솔샘길전망대 - 정릉탐방지원센터 - 형제봉 입구 - 평창동(롯데아파트)

이동거리 7.2㎞. 이동시간 2:50. 휴식시간 1:20. 계 4:10 (2023.12.4. 맑음. -3~9.3℃)

 

 

 

 

며칠 반짝 영하권으로 내려갔던 날씨는 아침부터 풀렸다. 화계사를 지나 구름전망대에서 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북한산 동편으로 모든 산들이 빙 둘러 섰다. 우리를 감싸 안는 산이요, 산 안으로 들어오면 숲이 우리를 감싼다. 산길로 들어서니 고사목이 많다. 고사목은 생태적 수명을 다한 나무이다. 나무도 세월이 가면 쓰러진다. 자연으로 돌아가 새 생명의 자양분이 된다. 생명은 모두가 그렇게 변한다. 이렇게 생긴 고사목에 숲틈이 생기면 새로운 식물이 자라 숲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구름전망대에서 내려서면 빨래골이고, 다시 고개를 오른다. 화계사에서 형제봉 가는 산길은 고개고개를 넘는 산길이다. 인생길에서 오르면 내려가는 일이 있듯, 그렇게 오르내리는 산길이다. 이럴 때 무념무상으로 걸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고, 명상을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마음이 비어야 그 속에 메아리가 울린다는 말이 있고, 명상이 가장 알찬 삶이라는 말도 있다. 모를 일이다. 나는 무념무상으로 걷는다.

 

낙엽이 떨어진 바닥에서 박새가 먹이를 찾는다. 박새와 쇠박새는 분류학상으로는 매우 가깝다. 먹이가 있는 번식기에는 나뭇잎에 있는 벌레를 잡아먹지만 가을로 접어들어 벌레가 줄어들면서 서로가 달라진다. 쇠박새는 나무 씨앗을 먹으며 겨울에는 가을에 나뭇가지나 틈새에 숨겨두었던 씨앗을 찾아 먹는다. 그러나 박새는 나무줄기에 붙어 있는 벌레들을 주로 잡아먹으며 겨울에는 나무줄기나 땅바닥에서 먹이를 주워 먹는다. 먹이가 부족한 철에는 먹이를 구하는 장소를 달리 하여 더불어 살아간다. 

 

산길에는 나무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난 것이 있다. 허허로운 겨울에 살아가는 일이 대단하다. 곤충들은 찬바람이 불기 무섭게 흙속이나 돌틈에 알을 낳고, 알주머니를 입히고, 고치를 만들거나, 낙엽 속으로 숨어든다. 풀은 추위가 닥치기 전에 열매를 맺고 죽음을 맞는다. 낙엽 지는 나무는 잎을 떨구고 줄기는 둔 채 겨울을 견딘다. 눈부신 순간은 언제나 짧지만 모두가 그렇게 시련을 이겨내며 최선을 다한다. 스스로 보살피면 보답이 있는 법이다. 

 

 

 

구름전망대에서 보는 북한산과 도봉산

 

 

고사목

 

 

빨래골

 

 

 

 

솔샘길전망대에서 보는 북한산 능선. 왼쪽부터 보현봉, 칼바위, 문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