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265

새 중의 새, 참새

참새 1 새 중의 새, 참새 아침에 강가를 걸었더니 겨우내 조용하던 새소리가 커졌다. 영하의 날씨를 벗어나자마자 새들이 늘어난 것이다. 계절은 바람이 미리 알고 나서, 땅이 알고 생물들이 아는데, 새들은 바람과 같이 오는 것 같다. 참새들도 강가에 떼로 나타나 '바람이 달라졌다'는 둥, '벌레들이 나와야 밥 문제를 해결할 텐데' 하며 재잘거린다. 참새는 작고 움직임이 빠르다. 종족이 많아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면도 있지만 하는 짓도 그러하다. 봄에는 뿌려 놓은 씨앗을 파먹고, 가을엔 벼이삭을 뒤져서 가을걷이를 앞둔 곡식을 축내서 애써 지은 농사를 다 망치는 족속이다. 허수아비를 세워 두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날아드니 약은 족속이기도 하다. 때로는 제 꾀에 빠져 들기도 한다. 참새를 잡으려고 광주리 밑..

햇살이 아름답다

햇살이 아름답다 햇살은 아름답다. 마루 창틀 밑 쇠줄을 달구는 햇살 안방 광창을 환하게 하는 햇살 뚜껑 열어 놓은 장독 안을 가득 채우는 햇살 발에 썰어 놓은 무 말리는 햇살 암탉 등에서 졸고 있는 병아리에 앉은 햇살 감나무에 달린 감을 더 빨갛게 하는 햇살 호박 널어 두었던 신문지 누렇게 만드는 햇살 댓돌에 벗어 놓은 고무신 바닥을 뜨겁게 하는 햇살 지붕에 내린 눈을 녹여 물로 바꾸는 햇살 풀 먹인 빨래 꾸덕꾸덕하게 하는 햇살 누런 벼 더 누렇게 하는 햇살 부엌 위 창빗살로 들어와 너울거리는 아침 햇살 새로 바른 문종이 하얗게 비추는 햇살 두레박 줄에 언 얼음 녹이는 햇살 마루 끝에 앉아 있을 때 엉덩이 밑에 손 따뜻하게 하는 햇살 햇살은 늘 아름답다 햇볕이 벗겨준 눈 / 서울 동묘 사자상 (2010...

나물 하는 예절

나물 하는 예절 옛날 보리고개 시절에는 묵나물이 떨어지면 나물을 하러 다녔다. 나물 하기 좋은 시기는 4월 20일경 곡우부터 거의 한 달이다. 모내기철이 되면 바쁘기도 하지만 그 이후부터 나물이 억세 져서 나물나물 하는 시기는 끝무렵이다. 봄에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나물을 한 움큼씩 뜯어서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산에는 먹을 나물이 참 많구나 생각하였다. 나물에 대해 문외한이라 아는 나물이 없었는데, 30여 년 산 다니다 보니 곰취와 참나물 정도는 알게 되었다. 곰취는 높은 산에 있고 향기도 좋다. 일부러 나물 하러 다니지도 않고, 몇 년 전 뱀에 물린 이후는 숲에 들어가는 것을 조심하니 그것도 가물가물하다. 유홍준교수도 최근 나물을 공부하고 있는데, 나물에 관한 책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고 하였다. ..

초록 세상 / 초록은 청춘이요

초록 세상 초록은 싱싱하고, 건강하고, 살아있다 그러기에 초록은 청춘이요, 풍성함이요, 생명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 싱싱한 풀빛 세상을 다시 펼친다. 보리밭 / 경북 봉화 관청리 (2010.5.30) 북한산 남장대터에서 ( 2011.5.14) 심학산 / 경기도 파주시 (2011.5.7) 선운산 / 전라북도 고창 (2009.8.1) 육백산 이끼폭포 / 강원도 삼척 성황골 (2009.7.4)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2010.7.24) 백련지 / 전남 무안 (2007.8.31) 북한산 부왕동암문 가는 길 (2008.4.27) 소백산 비로봉 (2008.7.12) 점봉산 곰배령 /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2006.5.28) 오대산 두로봉 / 강원도 평창 (2012.6.6) 마산봉 물굽이계곡 / 강원도 고성..

오대산 나비

오대산 나비 상원주차장-두로봉-동대산에서 (2012.6.6) "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 초등학교 때 배운 동요 가사이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나비는 노랑나비,흰나비,범나비 뿐이었다. 일제강점기에 그들은 우리 나비에 그들 이름을 지어 불렀다. 나비는 우리 나비인데, 일본 이름을 달고 날아다녔다. 해방 후 나비연구가 석주명 씨가 나비에 우리 이름을 붙여 주었다. 다시 찾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젠 우리 이름으로 날아다닌다. 오대산 깊은 산골에서 귀한 나비들을 구경하였다. 제비나비, 긴꼬리제비나비, 사향 비나비, 산제비나비를 다 구경하였다. 오늘은 제비나비를 구경한 것만도 산에 오길 잘 한 날이다. 사향제비나비 / 날개에서 향기가 나는 나비 모시나비 제비나비..

집을 짓는 딱따구리

집을 짓는 딱따구리 도봉산 원도봉계곡에서 (2012.3.31) 산등성이 바람이 아직은 찬 3월 말. 그래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는 그 역할을 놓치지 않고 노란 꽃망울을 피운다. 가지마다 노란 봄빛이 화사하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파며 집 건축이 한창이다. 새타령에서는 딱따구리 울음소리를 '딱 딱으르'라 하였다는데 들어보지는 못하였다. 딱따구리가 애꿎은 나무를 파헤치며 집 짓는 소리가 빈 산을 울린다. 딱따구리는 번식기가 되면 높은 나무에 구멍을 파서 둥지를 마련한다. 집을 지어 비바람 피할 걱정은 없겠지만 나무 부러지면 그 집도 없어진다. 딱따구리 소리는 나무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다. 가장 최근에 죽은 나무에 집을 짓는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멀쩡한 소나무에서 집을 짓고 있다. 시속 20~25..

박각시 / 공중 부양 흡입술을 가진 나비

박각시 공중 부양 흡입술을 가진 나비 박각시는 나비의 한 종류다. 낮에 다니는 박각시가 있고, 밤에 다니는 박각시하늘나방이 있다. 박은 밤에 꽃이 피는데 박각시가 찾아와서 주둥이를 쭉 내밀고 입맞춤을 한다. 신랑으로 삼은 박을 찾아온 각시라서 박각시이다. 낮에 꽃으로 다가온 박각시는 꽃에 앉지는 않고 공중에서 빨대처럼 구부러진 긴 주둥이를 꽃술에 잠깐잠깐 집어넣고 꿀을 빨아들인다. 마치 공중 주유하는 비행기같다. 앉지는 않고 쉴 새 없이 날개를 파닥이니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그렇게 움직이니 사진 모델로는 어울리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오늘 꽃밭 주인공은 검정꼬리박각시이다. 박각시 / 안동시 풍천면 가일마을 (2011.10.1)

벌이 안 보인다.

벌이 안 보인다 요즈음 벌이 안 보인다. 꽃은 있는데 벌이 없다. 논에 나가도 메뚜기 보기도 어려워졌다. 어릴 때 우리 집 꽃밭에는 꽃이 많았고 더불어 벌도 많이 왔다. 채송화나 국화 등에 벌이 많이 모였다. 벌이 흰색이나 노란색 등 밝은 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야외에 나가도 벌이 없다. 도대체 벌이 어디 갔을까? 기본적으로 일벌은 6주를 산다는데,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벌이 나오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화학약품과 스트레스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요즈음 얼마나 많은 농약을 치는가. 농약에 의한 피해도 있고 양봉업자들이 트럭에 싣고 다니는 벌은 엄청난 스트레스도 받거니와 항생제를 놓아서 면역 결핍까지 생긴다고 한다. 식물이 열매를 맺는데 필수 불가결한 것이 가루받이인데 위기가 다가..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청산 가자'는 옛시조가 있다.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시조에 등장하는 나비는 사랑 나비다. 나풀나풀 이리저리 나는 나비는 금실이 좋아 꽃향기 실컷 맡으며 춤추며 다니는 나비이다. 춤추며 다니면 좋은 일이고 말고다. 추석 아침 산소 가는 길에 물방울 비가 뿌리더니 나비 몇 마리가 팔랑팔랑 이리저리 다녔다. 나비가 나오면 날씨가 좋아질 징조이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나비로 환생하는 얘기가 있는데 산소 가는 길에 나타난 나비가 그러해 보였다. 비가 그치고 예상대로 하늘이 맑아졌다. 나비는 들길을 건너 멀리 날아 갔다. (2011.9.12. 산소 가는 길에) 배추흰나비 / 남한산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