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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집을 짓는 딱따구리

향곡[鄕谷] 2012. 4. 1. 10:11

 

집을 짓는 딱따구리

 

도봉산 원도봉계곡에서 (2012.3.31)

 

 

 

 산등성이 바람이 아직은 찬 3월 말. 그래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는 그 역할을 놓치지 않고 노란 꽃망울을 피운다. 가지마다 노란 봄빛이 화사하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파며 집 건축이 한창이다. 새타령에서는 딱따구리 울음소리를 '딱 딱으르'라 하였는데 들어보지는 못하였다. 

 

딱따구리가 애꿎은 나무를 파헤치며 집 짓는 소리가 빈 산을 울린다. 딱따구리는 번식기가 되면 높은 나무에 구멍을 파서 둥지를 마련한다. 집을 지어 비바람 피할 걱정은 없겠지만 나무 부러지면 그 집도 없어진다. 딱따구리 소리는 나무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다. 가장 최근에 죽은 나무에 집을 짓는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멀쩡한 소나무에서 집을 짓고 있다.

 

시속 20~25㎞ 속도로 나무를 그렇게 억세게 두드려도 촘촘한 연골로 이루어진 뇌근육이 충격을 흡수한다. 1초에 20번 이상 두드리면 사람들이 개별적인 소리로 전혀 들을 수 없다 하니, 그 이하이긴 하나 빠르긴 무척 빠르다. 나무 줄기를 붙잡고 구멍도 파지만 잠을 자기도 한다. 발톱은 나무를 찍고 꼬리는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고정시킨다. 나무 수액을 먹기도 하고 벌레를 잡기도 하여 나무가 집터요 식량 창고인 셈이다.

 

딱따구리가 버린 둥지는 다른 새들이 이용한다. 그렇게 구멍을 뚫는 재주는 딱따구리만이 가진 재주이기에 둥지로서는 고급 저택이다. 동박새는 분양받아 고쳐서 쓰고, 힘이 있는  파랑새는 강제로 빼앗기도 한다. 다람쥐나 청솔모도 쓰기도 한다. 멋진 고층빌딩이라 전망도 좋고, 다른 동물들로부터 방어하기도 좋다.

 

 

참고도서 : (1) 나무의 죽음. 차윤정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첫째권). 정민 지음. 효형출판

              (3) 떡갈나무 바라보기. 주디스 콜, 허버트 콜 지음. 사계절

              

 

 

 

 

 

 

 

딱따구리 / 도봉산 원도봉계곡에서 (201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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