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외(絲瓜)
수세미로 쓰는 박과의 덩굴식물
수세미외는 수세미를 만드는 박과의 덩굴식물이다. 보통 수세미라 하는데, 바른말이 수세미외이다. 7~9월에 한 포기에서 노란 암수 꽃이 따로 핀다. 수꽃은 겨드랑이에서 여러 개가 모여서 피고, 암꽃은 옆 겨드랑이에서 한 개씩 핀다. 수꽃은 다른 수꽃이 피면 스스로 떨어진다. 한 송이 꽃이 피기 위해선 햇볕을 받으며 자양분을 얻고 수많은 난관을 이겨내며 살아가는데, 미련 없이 버린다. 여기까지가 내 역할이다 하고 물러난다. 빛나는 희생이다.
열매는 길쭉한 애호박이나 오이같이 생겼고 커지면 어른 팔뚝만하다. 커지면서 단단하고 무거워지지만, 모든 생물이 그렇듯 시간이 더 지나면 가벼워지고 헐렁해진다. 덜 익은 열매는 먹기도 하는데, 다 익으면 먹을 수가 없다. 예전에 마당에 수세미외를 심어서 여름이 다 지날 무렵 줄기 중간을 잘라서 수액을 받았다. 어머니는 큰 병에 받은 수액을 이웃 사람들과 나누어 얼굴이나 손에 바르는 미용수로 쓰셨다.
다 큰 수세미외는 열매를 삶아서 껍질을 벗기면 스펀지처럼 섬유질만 남는다. 그래서 한자로 '실오이(絲瓜)'라 불렀던 모양이다. 이걸 말려서 설거지용 수세미로 썼다. 수세미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 요즈음은 수세미가 전부 화학제품이지만, 어릴 땐 목욕할 때도 이걸 쓰기도 했다. 때는 잘 타지만 질기면서 부드러웠다. 식물이란 사람과 동물을 위해 쓰이는 것이기는 하지만, 수세미외처럼 사람을 아름답게 하고, 용기를 닦아 깨끗하게 하는 식물은 찾기 힘들다. 수세미외야말로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하는 식물이다.
수세미외 (201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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