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69
근성(芹誠)이 놀랍다
봄미나리를 드리는 정성

산행을 하려고 나섰더니, 산 아래 음식점에 미나리 전을 한다고 붙여 놨다. 미나리는 얼음장 밑에서 파릇한 싹이 날 정도로 강인하여,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정월령(正月令)'에 '움파와 미나리를 무어엄(무싹)에 곁들이면 / 보기에 신신(新新)하여 오신채(五辛菜)를 부러워하랴' 그랬다. 새봄이 되니 미나리가 날 철이긴 한데, 요즈음엔 비닐하우스 재배로 일찍 나오는 모양이다.
미나리는 '미르(물)에 사는 나물'에서 유래한 말이듯, 물에서 잘 자란다. 종자번식도 잘 하지만 줄기번식을 해 여러 해 동안 큰 무리를 만든다. 종자는 물에 떠내려가 퍼진다. 발아에 성공하면 줄기를 뻗고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며 이곳저곳 번식한다. 미나리는 줄기 아랫부분이 물에 잠기는 곳에서 잘 자란다. 미나리가 자라는 밭을 미나리꽝이라 하는데, 주변에 보는 흔한 습지 중에 물이 뿌옇고 거머리가 다닐 그런 환경에서 미나리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청도미나리는 워낙 잘 알려졌고, 옛날 서울에서는 왕십리와 청파동에 미나리꽝이 있었고, 서대문구 미근동(美芹洞)은 이름으로 남아 있다.
미나리를 한자말로 근채(芹菜), 수근(水芹)이라 한다. 윗사람을 섬기는 사람을 보고 근성(芹誠)이 놀랍다고 한다. 옛날 어느 충신이 일찍 나는 봄미나리를 임금께 드리는 정성을 보고 '근성'이란 말이 유래되었다. 미나리는 해동이 되면 싹이 돋는데, 볕바른 양지에서는 4월 중하순이 되어야 뜯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미나리는 고려시대부터 등장했는데, 예전에는 미나리가 임금에게 드릴 귀한 나물이었다. 시경(詩經)에 '반수(泮水)에서 미나리를 뜯는다'는 말은 많은 사람 중에 인재를 양성해 키운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성균관에서 공부하는 것을 '채근(采芹)'이라 하였다. 미나리를 뜯는다는 말 '채근(采芹)'과 상통한다. 그래서 사대부가에서는 연못에 미나리를 키워서 뜯으며 공부 잘하기를 빌었다.
영조 임금이 당쟁으로 싸움질하는 당인들을 중재하려 탕평채(蕩平菜)를 내놓았다. 청포묵(白)에 쇠고기볶음(赤), 미나리(靑), 김(黑)을 섞어 만든 묵무침이다. 청포묵 흰색은 서인, 미나리 푸른색은 동인, 쇠고기 볶음 붉은색은 남인, 김의 검은색은 북인을 상징했다. 이는 오방색(五方色)을 따른 것이었다. 숙종 때 장희빈이 악독하게 세도하는 것을 비꼬아 그 영화는 잠깐이라고 풍자한, '장다리는 한철이요, 미나리는 사철'이란 말이 있었다. 장다리는 장희빈이요, 미나리는 인현왕후였다. 미나리에 대한 속담으로는, '섣달 큰 애기 미나리 다듬 듯한다'는 말은 일하는 데 몹시 서툰 것을 이른 말이고, '미나리 꽃 필 때는 딸네도 가지 마라'는 말은 미나리 꽃이 필 때는 보릿고개이니 딸네집에 가면 짐이 된다는 말이다.
미나리는 산형과 식물이 그렇듯 줄기 속이 비었고, 꽃은 6~7월 옛날 보릿고개 무렵 하얀색 꽃이 핀다. 미나리 속명 오에난태(Oenanthe)는 와인(oinos)과 꽃(anthos)의 합성어로 꽃에서 나는 와인향으로 유래한다. 미나리란 이름을 가진 풀 중에는 독미나리, 미나리아재비, 미나리냉이가 있는데, 독초이거나 맛이 없는 풀이다. 그러나 미나리는 다르다. 나물과 약초로 두루 쓰인다. 해독과 춘곤증과 간 활동에 좋아 피로 해소를 돕는 좋은 봄철 대표 건강식이다. 종묘 제사나 임금 밥상에도 미나리는 빠지지 않았다. 연한 잎과 줄기는 그냥 무치거나, 데쳐서 무치거나, 물김치에 넣거나, 갈아서 즙을 내어 먹거나, 부침개를 해도 향긋해서 좋다. 미나리 전은 정말 기막히다. 미나리는 초봄부터 초여름까지 제철이긴 하지만, 비린내를 없애고 추탕을 끓일 때도 좋아 사철 먹는 나물이다. 미나리 향긋한 향을 만나는 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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