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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벌레는 죽여도 거미는 죽이지 말라

향곡[鄕谷] 2026. 5. 11. 13:50

 

말속에 자연 71

 

벌레는 죽여도 거미는 죽이지 말라

 

 

 

속담에 '벌레는 죽여도 거미는 죽이지 말라'라는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거미와 곤충은 다리가 달린 것도 그렇고 생김새도 닮아서 같은 종류의 벌레인 줄 알았다. 벌레에는 곤충을 포함하여 거미, 지네, 지렁이, 기생충 등이 있다. 거미는 벌레이기는 하지만 곤충은 아니다. 곤충은 모두 벌레이나 벌레가 다 곤충은 아니었다. 속담에서 벌레는 거미를 제외한 나머지를 얘기하였다. 나는 절지동물에서 거미강과 곤충강으로 나눠지는 걸 몰랐다. 거미와 곤충은 몸의 구조가 다르다. 곤충은 몸이 머리, 가슴, 배로 나눠지고, 거미는 머리와 가슴이 붙어 있어 머리가슴과 배 부분으로 나눠진다. 곤충은 다리 3쌍에 날개 2쌍인데, 거미는 다리 2쌍에 날개가 없다. 곤충은 알에서 깨어나지만 거미는 탈바꿈 대신 허물 벗기를 하여 몸집이 커지며 어른벌레가 된다.

 

초봄이 지나서 나무에 새잎이 나면 어느새 애벌레들이 나와 새잎을 갉아먹은 것을 볼 수 있다. 애벌레나 날것들이 나오면 거미는 거미줄을 친다. 산길을 갈 때면 앞장선 사람은 나뭇가지를 주워서 거미줄을 걷어내면서 간다. 거미는 거미줄을 치는 거미가 있고 거미줄을 치지 않고 돌아다니며 사는 거미가 있다. 거미는 어원이 '검다'는 뜻의 '검'에 명사형 접미사 '의'가 붙어 '검의'가 '거믜'가 되었다가 '거미'가 되었다. 집 주변에서 검은색 거미를 볼 수 있다. 숲에서는 무당처럼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무당거미가 많다. 무당거미는 몸집이 크고 다리도 길다.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듯 우선 거미줄을 치고서 기다린다. 우리가 일상에서 '거미줄 치듯 한다'는 말은 죄인을 잡기 위해 포위망을 빈틈없이 치는 것을 말하는데, 거미가 줄을 치는 것을 보면 촘촘하여 빈틈이 없다. '거미는 작아도 줄을 잘 친다'는데 작아도 할 일은 다 한다. 그리고 거미줄은 얇지만 아주 강하다. '거미가 줄을 치면 날씨가 좋다'는 말이 있다. 벌레들은 날씨가 좋은 날에 다니기에 거미는 그때 거미줄을 친다. 

 

먹잇감이 걸려들면 거미줄이 흔들리니 거미는 알아도 힘이 빠질 때까지 지켜보며 기다린다. 잡힌 먹이는 거미줄로 둘둘 말아서 독액과 소화액을 주입하고 먹이가 액체상태가 되면 빨아먹는다. 거미에게 먹힌 먹잇감은 껍질만 남는다. 무당거미는 암컷이 수컷 보다 매우 크다. 짝짓기에 수컷은 기다려야지 잘못 달려들다가는 잡아먹힌다. 무당거미는 줄을 타고 날아오른다. 한 곳에 있으면 경쟁이 심하니 날아서 다른 데로 간다. 짝짓기를 하면 수컷은 생을 마감하고, 암컷은 알을 낳고 거미줄을 자아 알을 보호한다.

 

무당거미의 분해효소가 '아라자임(Arazyme)인데, 화장품 원료로 써서 피부를 부드럽고 뽀얗게 만든다고 한다. 아라자임은 가축의 소화를 돕는 사료에도 쓴다. 우리나라 사람이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화장품이 그래서 세계에서 알아주는 화장품이 된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예전에 어른들이 아침 거미는 길조(吉兆)라 했고, '거미줄 많은 논에 멸구 많다'라고 했다. 거미는 멸구를 잡는 천적이었고, 멸구가 많기에 거미줄을 친다. 그래서 거미를 죽이지 말라고 했다. 거미가 잡는 해충은 대단히 많다. 거미가 흉물스럽게 생기긴 해도 여러모로 사람에게 유익하다. 

 

 

※ 참고도서

1. 한국문화상징사전 2권

2. 우리 땅 생물콘서트. 한영식 지음. 동아시아. 유용한 생물자원 무당거미

3. 자연생태 개념수첩. 노인향 지음. 자연과 생태. 거미

 

 

 

 

무당거미 / 남양주 팔당 (2018.8.30)

 

 

 

무당거미 / 북한산 (2023.9.23)

 

 

 

무당거미 암수 / 북한산 (2023.9.23)

 

 

 

무당거미와 무당거미 알 / 여강길 (2021.10.19)

 

 

 

무당거미 / 남한산성 (2021.9.30)

 

 

 

거미와 거미줄 / 남한산성 (2020.10.17)

 

 

 

장님거위 / 중원산 (2019.8.6)

 

 

 

무당거미 / 한강 잠실지구 (2018.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