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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안동 탐방

퇴계예던길 4. 가송~ 내살미 /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

향곡[鄕谷] 2026. 6. 23. 12:03

 

퇴계예던길 4. 가송~ 내살미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

 

경북 안동 도산면

소두들 - 가송 - 고산정 - 농암종택 - 맹개마을 - 백운지 - 단천교 - 칼선대 - 왕모당 - 내살미 - 원천교

이동거리 13.8㎞. 이동시간 4:53. 휴식 0:15. 계 5:08 (2026.6.15)

 

 

 

 

 

 

안동 북문시장에서 청량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가송에서 길을 시작하지만 버스는 소두들에서 내려야 한다. 소두들은 가송으로 들어서는 청량산 입구이다. 무릉도원으로 들어서는 길목인 셈이다. 가송협(佳松峽)은 가송에 있는 낙동강 상류의 협곡으로 병풍처럼 둘러싼 명승지이다. 협곡 사이에 조선 명종 때 문인 금난수가 지은 고산정(孤山亭)이 자리 잡고 있다. 풍광이 볼만하여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몇 번 나왔다. 청량산 축융봉이 여기서 가깝다. 퇴계는 청량산으로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오지 않자 '내 먼저 고삐를 잡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네' 하고 떠났다. 월명담 아래로 걷는 길은 가봤던 절경인데, 마을주민이 나서서 만류를 한다. 길을 만들어만 놓았지 관리를 안 해 험하다는 것이다. 발길을 농암종택으로 돌렸다. 도산서원 부근 분천리에 있었던 농암종택은 수몰이 되어 이곳으로 옮겼다. 

 

농암 이현보(聾巖 李賢輔)가 청풍명월이 기다린다며 벼슬에서 물러나니 임금이 배석하여 퇴임식을 열었다. 그는 부모님을 위해 애일당(愛日堂)을 짓고,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어 부모님을 기쁘게 하였다. 일(日)은 부모 봉양에 날이 부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안동부사로 있을 때도 안동부 80세 이상 노인들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열고 춤을 추었다. 그는 천민도 똑 같이 불러 그렇게 하였다.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았다. 후일 선조임금이 농암가문에 적선(積善)이란 어필을 내렸고, 그가 세상을 떠나자 효절(孝節)이란 시호를 내렸다. 어른을 모시는 그 전통은 4백 년 이상 면면히 이어왔다. 최근에는 가문의 대표들과 시장이 때때옷을 입고 춤을 추는 경로잔치를 열었다. 농암은 산천이 보약이라며 음식도 검소하게 들었다고 한다. 농암은 그의 호로 삼은 귀먹바위에 올라 산수를 노래하며 부근에 사는 34세 아래 퇴계와 교유하고, 퇴계의 도산십이곡에 영향을 주었다. 퇴계는 농암이 지은 어부가의 발문에서 '그의 아름다움은 신선과 같으며, 강호에서 진락(眞樂)을 얻었다'라고 했다. 

 

농암종택을 지나 징검다리를 건너면 맹개마을이다. 자동차가 들어가는 길이 없는 육지 속 섬마을이다. 거기서는 이정표가 안 보인다. 경암이라 쓴 이정표가 있는 강 쪽으로 갔다가는 강변숲에 갇힐 각오를 해야 한다. 밭을 따라가야지 길을 찾을 수 있다. 예던길은 다른 곳에도 길 찾기에 어려운 허점이 여러 곳 있다. 풀숲에서 알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들이 푸드덕 날아간다. 잠시 헤매다가 산으로 오르는 길을 찾았다. 맹개마을에서 600m는 강변길이요 바위 아래 푸석한 산길이다. 산길을 나오면 임도요 백운지마을을 지나는 포장길이다. 그곳부터는 앞뒤가 터졌다. 백운지는 낙동강 물보라가 용이 여의주를 물고 다툴 때 생기는 하얀 물줄기 같다고 퇴계가 붙인 마을 이름이다. 수박, 고추, 호박을 심은 넓은 밭이 이어진다. 주렁주렁 달린 과일나무도 늘어섰다. 마을 정자에 올라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멀리 청량산이 짙다. 퇴계가 열세 살 때 숙부를 따라가서 반하여 평생 좋아하게 된 산이다.     

 

단천리 백운지를 지나 왕모산으로 향했다. 공민왕이 안동으로 몽진 왔을 때 왕모가 머물렀던 산이라 왕모산 (王母山)이다. 날이 조금 더워 쉬며 걸으며 산길을 올라 칼선대로 갔다. 칼선대는 절벽 전망대이다. 산 아래로는 강물이 넓은 땅을 안고 흐르는 물돌이가 펼쳐진다.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청량산과 건지산 사이를 흘러 9곡을 이룬다. 바로 아래가 4곡으로 천사곡(川沙曲)이다. 굽어보면 천길 물길이요, 돌아보니 겹겹 푸른 산이다. 청량산은 멀어졌고, 바로 앞이 내살미이고 건너가 육사의 고향 원촌이다. 내살미는 원천리에서 가장 큰 마을인데, 풍경과 강변모래가 아름다워 붙은 이름이다. 한자로 천사미(川沙美)라 한다. 원촌마을의 입향조는 퇴계의 5대손이다. 부끄러움을 멀리한다는 의미로 멀 원(遠)을 써서 원촌이라 하였다. 이육사가 시 '청포도'에서 말한 '내 고장'이 이 마을이다. 이육사는 이곳 칼선대에 올라 시 '절정'을 가다듬었다. 칼선대에는 이육사의 '절정' 시비가 있다. 봉우리는 '절정'의 표현대로 한발 물러서면 디딜 곳조차 없다   

 

칼선대를 지나면 왕모가 머물렀던 곳에 세운 왕모당(王母堂)이 있다. 주변에 쌓은 왕모산성은 360m 중 자연석 50m가 남아 있다는데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내려가는 산길은 경사가 있고 사석이 흩어져 조심스럽다. 산 아래 주차장이 있는 곳이 내살미이고, 150m 정도 가면 원천교이다. 그곳에서 왕모산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퇴계의 도산십이곡에 나오는 녀던길은 가시던 길이란 의미이다. 옛 성현이 가시던 길이요, 학문의 길이요, 사람이 걸어야 할 도리의 길이다. 녀던길이 옛길이란 의미를 얹어 예던길이 되었다. 예던길 그림 속으로 걸으며 퇴계와 농암과 육사를 만났다.      

 

 

※ 교통편

(갈 때) 안동 교보생명 건너편 512번 버스  9:00 - 소두들 09:50

(올 때) 내살미에서 급행 3번 버스 17:40 - 안동시청 18:30

 

 

 

절벽 부근이 가송협이다 / 가송마을에서

 

 

 

가송협에 있는 고산정

 

 

 

농암종택

 

 

 

농암종택앞에서 맹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 건너 암벽이 학소대이다

 

 

 

농암종택에서 건너와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맹개마을 보리밭

 

 

 

맹개마을과 백운지 사이 산길

 

 

 

백운지에서 돌아본 청량산 원경

 

 

 

백운지마을 뒤로 청량산 한 봉우리가 보인다

 

 

 

단천교 너머로 보는 왕모산

 

 

 

왕모산 칼선대 아래. 이곳이 도산구곡 중 4곡인 천사곡이다. 멀리 청량산이 보인다

 

 

 

왕모산 칼선대에서 보는 넓은 들이 이육사 고향인 원촌이다

 

 

 

칼선대에 있는 이육사의 '절정'시비

 

 

 

공민왕 왕모가 피난하였던 곳에 세운 왕모당

 

 

 

내살미에서 보는 왕모산. 건물이 있는 곳은 왕모산 주차장

 

 

 

원천교에서 보는 왕모산과 낙동강. 암벽 위쪽이 칼선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