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화정(棣華亭)
아우는 노래하고, 형은 화답하며
보물 제2051호
경북 안동시 풍산읍 (2026.6.16)

하회마을을 갈 때는 체화정을 지나간다. 안동터미널에서 경북도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풍산정류장에서 내렸다. 안동터미널에서 11㎞ 정도로 멀지는 않다. 풍산장날(3일, 8일)이 아니라 그러한지 길거리는 조용하다. 초여름이라 연못에는 수련이 피었고, 정자에는 배롱나무가 보초를 섰다.
체화정(棣華亭)은 1761년 (조선 영조 37년) 이민적이 세운 정자이다. 이민적이 학문을 닦으며 형 이민정과 우애를 나눈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판은 사도세자의 스승인 안동 출신 학자 유정원이 썼다. 시경(詩經)에 나오는 문구 '상체지화(常棣之華)'에서 따온 말이라 한다. '상체꽃이 아름답다'는 말인데, 상체꽃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처럼 형제가 우애롭다는 것을 표현하였다.
상체꽃은 조선시대에는 아가위나무, 산앵도나무, 이스라지를 이르는 말로 해석하다가 조선말에는 산앵도나무로 쓴다고 하였다. 아가위나무는 장미과로 산사나무를 말하며 주변에서 볼 수 있다. 흰색꽃이 다닥다닥 피는 모습이다. 산앵도나무는 진달래과로 높은 산에서 자라고 앵두나무와 같은 열매를 맺는다. 2개나 4개 사이 황백색 꽃이 아래를 향해 달린다. 해발 650m 이상에서 자라는 한국특산식물이다. 이스라지는 장미과로 산지 숲 속이나 산 가장자리에서 드물게 자란다. 연한 홍색 꽃이 가냘프게 핀다. 이것이 지금 식물을 분류하고 있는 내용이다.
조선시대 이스라지는 산에서 자라는 야생의 앵두나무라 했는데, 묏이스라지에서 묏이 탈락하고 남은 말인데 그것이 산앵도나무라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이스라지와 다르다. 산앵도나무는 높은 산에서 볼 수 있고 한국특산식물이니 시경에서 표현한 상체는 아니다. 1527년 최세진이 지은 훈몽자회에서 체(棣)는 아가위나무라고 하였다. 훈몽자회는 아이들에게 한글을 써서 한자를 가리키는 교과서이다. 조선식물향명집을 번역한 한국식물유래 책을 찾아봤더니 상체는 아가위나무이다. 이러저러한 경위로 보아 상체는 아가위나무인 산사나무가 맞다고 본다. 꽃이 모여 피니 열매가 모여 피는 모습도 형제 우애에 비교할 수 있다.
체화정 현판 뒤에는 단원 김홍도가 쓴 현판 담락재(湛樂齋)가 있다. 1786년 여름에 단원이 안기찰방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기 전에 쓴 것이다. 시경 '화락차담(和樂且湛)'에서 가져온 글인데, 말이 생략되었지만 형제간에 우애가 돈독한 뒤에야 부모에게 참된 도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판의 뜻과 같이 아우는 형을 섬기고 우애롭게 지냈다고 한다. 마루에는 이런 한시도 있다. 해석한 것을 보면 '처마 끝에 달 떠오르니 시 읊기 좋은 밤이고 / 연못에서 바람 불어오니 낮잠 자기 적당하네 / 아우는 노래하고 형은 화답하며 노년을 보내리'.
체화정에는 초여름이 되어 수련이 피었고, 체화정 옆에는 배롱나무가 서 있다. 수련은 연꽃 같이 청정하고, 배롱나무는 겉과 속이 같은 모습으로 숨김없이 떳떳하여 선비가 갖추어야 하는 청렴한 정신을 상징한다. 서원마다 배롱나무를 볼 수 있다. 체화정 연못가에는 석류나무 꽃이 붉다. 석류의 류(榴)에는 유(留)가 씨앗이 많다는 의미가 있어 생산력을 뜻한다. 정자 뒤에 비스듬히 자란 소나무 줄기에 어린 소나무 하나가 자라고 있다. 소나무는 줄기를 자르면 새로운 옆 가지도 안 키우는데 보기 드문 모습이다. 체화정의 뜻을 새기며 돌아간다. 인생은 거울과 같아서 자신이 짓는 대로 된다. 배롱나무 꽃이 피는 여름에 다시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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