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우리도 산처럼/경기 인천 산 236

백둔봉 / 부드럽고 둥근 산속에 산

백둔봉(974m) 부드럽고 둥근 산속에 산 가평군 북면 백둔리 (2008.5.11) 백둔리-잣나무숲-전망바위(950)-백둔봉-명지 2봉(1250.2)-명지 3봉(1199)-아재비고개-대골-평반리 버스종점(6시간 반) 백둔봉은 가평 큰 산들 속에 자리 잡은 부드럽고 둥근 산이다. 가평천이 있는 백둔교에서 방향을 틀어 이십여 리 백둔계곡 끄트머리로 갔다. 며느리주머니꽃(금낭화)이 초입에서 늘어서서 산꾼을 맞았다. 들머리를 찾지 못하여 방향만 잡고 산을 치고 올라갔다. 길 없는 길을 미끄러지며 올라선 능선이 편안하다. 속 세상을 벗어나면 모두 이런 편안함이 있을까? 어린 새싹들이 땅을 내밀고 올라와서 발 딛기가 조심스럽다.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난 여인'(얼레지꽃의 꽃말)이 붙잡고, 산정에 서면 끝없는 능선이..

도일봉 / 산길 거칠고 계곡 깊은 산

도일봉(道一峰. 864m) 산길 거칠고 계곡 깊은 산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중원리 (2008.3.20) 입산통제소-중원계곡-초지-안부-도일봉-먹뱅이골-합수곡-중원계곡-입산통제소(6시간) 도일봉은 무림고수들이 도를 닦을만한 이름을 지녔다. 산이야 말로 마음을 놓을 공간이요, 마음을 닦을 터이다. 중원계곡 들어서면 산길이 예사롭지 않다. 산길은 거칠고 계곡은 깊어 가히 도를 닦을만한 곳이다. 한동안 길을 찾지 못해 같이 간 사람들을 힘들게 하였다. 길 걷는 것도 도를 이루는 것처럼 집중이 필요하고, 도는 호흡지간에 있다 하였는데, 산길 찾기가 그러하다. 뒤에 오는 자를 위해 눈길을 함부로 가지 말라는 어느 님의 말씀을 다시 마음에 새긴다.

국망봉은 아직도 겨울 입니다

개이빨산(1120), 민드기봉(1023), 강씨봉(830) 국망봉은 아직도 겨울 입니다 경기도 포천 (2008.3.30) 이동-등산표지판-국망봉능선-개이빨산-민드기봉-도성고개-강씨봉-무리울-일동(10시간 45분) 산으로 봄을 맞으러 나섰는데 국망봉은 아직도 겨울이다. 산 아래는 어제 비 왔는데 산정은 눈 쌓여 등산화 등을 덮을 정도이다. 산 아래와 위가 이렇게 다르다. 그러니 天下의 군상들이 天上의 일을 어찌 알겠는가. 이른 봄 비 올 때 산에 오르면 상고대나 눈꽃 장관을 보는 경우는 있지만 그걸 잊고 올랐다간 추위에 떨기 십상이다. 개이빨산 용맹스러운 모습에 나뭇가지 눈떨기는 더욱 찼지만 민드기봉 강씨봉을 넘어서자 비로소 봄이 오고 있었다. 해는 저무는데 생강나무 향기가 발길을 잡는다. 코끝을 생강나무..

사패산 봄맞이

사패산(賜牌山 552m) 생강나무는 봄바람을 만들어내는 봄빛 나무 의정부시 회룡동 (2008.3.22) 회룡역-범골능선-사패산-사패능선-망월사-망월사역(4시간 반) 집 나서는데 앞집 총각이 어느 산에 가느냐고 묻는다. 가는 행선지를 이르니 사패산은 어디 있는지 모른다며 겸연쩍게 웃는다. 그 겸연쩍은 웃음이 좋다. 봄은 노란빛으로 시작한다. 산수유, 개나리가 그러하고 생강나무가 그러하다. 서둘러 나온 생강나무가 노란 꽃망울로 봄을 맞는다. 동네 총각처럼 신선한 봄빛 웃음을 선사한다. 사시장철 임 그리워 못살겠다는 정선아리랑의 처녀 총각도 싸리골 올동박 주우러 간다는 핑계로 만난다. 그 올동박이 생강나무다. 생강나무는 봄바람을 만들어 내는 봄빛 나무다. ※가는 방법 : 1호선 의정부행 열차를 타고 회룡역 3..

서운산 / 자연미 넘치는 기둥 청룡사 뒷산

서운산(瑞雲山. 547.7m) 자연미 넘치는 기둥 청룡사 뒷산 안성시 서운면 청룡사 주차장-청룡사-헬기장-삼거리-석남사-마애불-서운산 정상-청룡사-주차장(4시간) 남안성 나들목에서 진천방향으로 방향을 틀면 이내 시골길이다. 조선팔도를 기예로 주름잡다가 요절한 바우덕이묘를 지나면 청룡사 가는 길이다. 작년 늦가을에는 청룡사 대웅전 기둥을 보러 갔었는데 어둑한 저녁 계곡을 울리는 범종소리만 듣고 왔었다. 이런 외진 곳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등산로 입구 인가가 끝나는 데서 동네 사람들이 파는 막걸리를 사서 산길로 잡았다. 시산제 터에서 떡 한점 얻으려다 퇴짜를 맞았는데 산인심이 야박하다. 산이 작아 산 아래 석남사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길을 잡았다. 음지쪽 산길은 얼음이 덜 녹고 비탈졌으나 통나무계단과 ..

국망봉 / 국망봉에서 겨울 보내기

국망봉(1168m) 국망봉에서 겨울 보내기 포천 이동, 가평 북면 (2008.3.1) 광덕고개-백운산(904)-도마치봉(937)-도마봉(888)-신로봉(999)-국망봉(1168)-휴양림-이동(9시간 반) 국망봉에서 가는 겨울을 보기로 하고 동서울터미널에서 사창리행 시외버스를 탔다. 버스는 산꾼들과 군인 면회 가는 젊은 여인들로 생기가 돌았다. 광덕고개 매점에서 따뜻한 물을 얻어 마시고 행장을 꾸렸다. 회목령 건너 북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도 백운산과 도마치봉을 넘어오면서 힘을 잃었다. 북사면은 눈 덮인 겨울이었지만 남사면은 봄이 오고 있었다. 도마봉에서 산줄기가 갈라서며 장쾌한 능선을 그렸다. 도마령 넘어가는 산 굽이는 석룡산을 세우고 화악산까지 내리 뻗었고, 신로봉으로 방향을 튼 또 한 굽이는 질풍노..

소요산 /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이야기

소요산(逍遙山 536m)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이야기 경기도 동두천시 (2007.4.21) 소요산역-삼림욕장-하백 운대-의상봉-공주봉-무명봉-자재암 주차장 (4시간 반) 원효가 읊은 시에 장자(莊子) 내편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시가 있다. 소요산은 그 시의 출처인 소요(逍遙)에서 따온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이다. 원효가 요석공주를 두고 읊은 시는 이러하다. '누가 자루 빠진 도끼를 주려나. 내가 하늘을 괸 기둥을 찍으리라'라고. 원래 자루가 있는 도끼는 권력을, 자루가 없는 도끼는 덕을 상징한다는데. 세속적으로는 자루 없는 도끼는 요석공주를 의미하고, 하늘을 떠받칠 기둥이란 남녀결합으로 큰 인재를 탄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소요산에는 이런 사랑 이야기가 숨어있다. 산경은 곱고 그 사랑 이야기도 아름답다.

청계산,길마봉 / 한북정맥 너른 풍광

청계산(849m) 길마봉(730m) 한북정맥 너른 풍광 포천시 일동면 기산7리 (2007.9.22. 맑음) 기산저수지-큰골-합수곡-700봉-청계산-770봉-길마재-길마봉-노채고개-기산저수지(5시간 15분) 광덕고개 국망봉에서 뻗어온 한북정맥은 청계산 길마봉에 오면 마지막 숨을 고른다. 큰 산은 아니지만 깊은 숲을 가지고 있고, 마지막 숨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능선 숲 터널은 제법 운치가 있고, 길마재 들꽃이 예쁜 화동처럼 화사하다. ※ 가는 길 : 서울-올림픽도로-상일 IC-구리요금소-47번 국도-일동 IC-37번 국도- 포천 일동-기산저수지-마당바위주차장 노란물봉선 / 청계산 큰골입구 청계산 정상 나무계단 귀목봉(앞) 명지산(뒤) / 청계산에서 길마봉 / 청계산 770봉에서 길마봉 능선 뒤 운악산 /..

철문봉에서 견우봉까지 / 두물머리를 보며 걷는 산길

두물머리를 보며 걷는 산길 철문봉에서 견우봉까지 남양주군 와부읍 (2007.9.8. 맑음) 상팔당-철문봉-예봉산-예빈산(직녀봉)-견우봉-능내2리(4시간반)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 두물머리. 철문봉에서 견우봉까지 걷는 길은 두물머리를 내려보며 걷는 길이다. 골골이 흐르는 물이 모이고 그 강물이 다시 만나니, 유유히 흐르며 산을 적시고 이 땅을 풍요롭게 하는 넉넉한 젖줄이 되었다. ※ 교통편 : 강변역 또는 천호역(6번출구앞)에서 112-2번 버스 승차 - 예봉산 입구 하차 올 때는 능내2리 천주교묘원 앞에서 덕소나 청량리 오는 버스가 수시로 있음

연인산 / 산상화원 들꽃능선

연인산(戀人山. 1068m) 산상화원 들꽃능선 가평군 북면(2007.4.28) 백둔리 장수폭포-소망능선-연인산-우정봉-국수당-마일리-현리버스터미널(6시간 반) 얼레지 양지꽃 노랑제비꽃 피나물 … 들꽃이 지천이다. 꽃을 밟으랴 발 딛기가 조심스럽다. 말잔등처럼 휘어진 방화선 능선으로 내려서면, 연초록빛 산능선에 들꽃이 끝도 없다. 천상화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산을 내려서도 이십여 리 길을 빠져나오는 오지산행. 아직도 들꽃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가는 길 : 청량리역 춘천행 열차 승차 - 가평역 - 북면행 버스를 타고 백둔리 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