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 터(서대문)에서
서대문역-돈의문터-칭경기념비각-피맛골-보신각-태화빌딩-탑골공원-종묘광장- 흥인지문
이동 거리 6.9㎞. 2시간 30분
서울 서대문구, 종로구 (2014.6.4 맑음)
이번 걷기의 주제는 조선시대에 백성들이 걷던 뒷골목과 도로의 원점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시작점인 서대문에서 세종로 네거리까지는 조선 건국 이전에는 없던 길이다. 서대문 네거리에서 남북으로 난 의주로는 일제가 지은 이름이니, 침략의 야심이 숨어 있는 이름이다. 서대문은 세종 때 지금의 정동 네거리로 옮기며 돈의문이라 하였다. 새로 낸 문이라 새문이요, 그 길이 신문로 (새문안길)이다. 인왕산 능선이 내려오는 지점이라 거기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인왕산이 있다. 돈의문은 일제가 전차길을 복선으로 깔면서 1915년 헐었다. 의로운 이름인 돈의문을 의롭지 못한 자들이 헐어버렸다.
세종로 네거리 교보빌딩 앞에는 고종황제 즉위 40주년을 기념하는 비각이 있고, 비각과 만세문 사이에 도로 원점 표석(줄여서 도로원표)이 있다. 우리나라 모든 지역의 거리를 재는 기준점이다. 숫자 뒤에 한자는 마모되어 보이지는 않지만 거리의 단위 표시이지 싶다. 대각선으로 151m 맞은편 금융사 박물관 앞에는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를 앞두고 세운 또 다른 표지판이 있는데, 우리나라 도시 지명은 물론 세계 각국 수도의 이름과 거리를 표시하고 있다.
교보빌딩에서 동쪽으로 두어 개 건물을 건너면 피맛골 표지판이 보이는데, 재건축으로 골목은 금방 끊어지고, 이제는 표지판으로 겨우 알 수 있는 골목이 되었다. 피맛골은 세종로를 지나 종묘광장이 시작되는 곳까지 길 양쪽으로 띄엄띄엄 있다. 조선시대에 관료들 행차를 피하여 백성들이 찾아들었던 골목은 이제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차지한 공간이 되었다.
보신각 부근에는 지하 깊이의 기준이 되는 수준점이 있다는데 찾지 못하고, 발길을 길 건너로 옮겼다. 종로가 조선이 만든 길이라면, 삼봉길과 인사동길은 고려가 남경(지금의 서울)을 만들면서 낸 길로 추정하고 있다. 우정국로와 인사동길이 만나는 지점에 농협 건물로 쓰는 붉은 벽돌 건물은 옛날 조선중앙일보 건물이다. 1926년 손기정 일장기 말살 관련으로 동아일보와 함께 조선중앙일보도 정간되었다. 이듬해 복간되었지만 재정 사정으로 폐간하였다.
다시 동쪽으로 발길을 100여 m 옮기면 옛 한미은행 본점 앞에는 민영환 선생 자결터 표지 조형물이 있고, 그 옆 건물인 태화빌딩은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태화관이 있던 곳이다. 태화빌딩 옆 하나로빌딩 안에는 1896년 세운 '서울 중심점' 표지석이 있다. 서울의 중심점인 이 부근에서 만세운동의 불을 피웠다. 그 불꽃은 바로 가까이 탑골공원으로 연결되었으니, 이 일대는 독립 열망의 터였다.
종묘광장으로 오면서 북쪽 편 피맛골은 끊어졌다. 종로 4가 방향으로 들어서면 길 주변은 온통 귀금속 가게이다.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수요가 많은 것이다. 탑골공원이 육의전 터였는데, 이곳은 예로부터 상업 거리였다. 길 다니면서 파는 아이스케이크이나 신문팔이, 야바위꾼, 약장사, 영화 포스터가 붙은 가게, 인력거, 전차가 등장하던 종로는 이미 없어진 장면이다. 바리깡 수리점, 공테이프 파는 가게, 붉은 벽돌 굴뚝이 있는 목욕탕 등 아직도 겨우 명맥이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다시 수십 년이 흘러 무엇이 사라져 옛날이야기로 할 것인가.
도로원표
도로원표는 기념비전과 만세문 사이에 있다
금융사 박물관 앞에 있는 또 다른 도로원표 (원 도로원표는 기념비각 앞에 있다고 표시하였다)
옛 조선중앙일보 건물. 현재 농협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
태화빌딩(옛 태화관) 앞에 있는 삼일 독립선언 유적지 표지석
인사동길 옛 한미은행 본점 앞에 있는 민영환 선생 자결터 조형물
인사동 하나로 건물 안에 있는 서울 중심점 표지석(1896년 건립)
탑골공원 안에 있는 국보 2호 경천사지 10층 탑 중 1층 조각
도시개발사업을 하며 발굴한 석조 유물 / 탑골공원 안에 있음
피맛골 위치도
피맛골
종로 5가에서 흥인지문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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