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상고대
겨울이 선물한 서리꽃
전북 무주 (2020.1.29)
덕유산(德裕山. 1614m)은 2개 도, 4개 군에 걸쳐 펼친 산이다. 정상인 향적봉에서 남덕유산(1507m)에 이르는 산세는 산 이름대로 크고(큰 덕 德) 넉넉(넉넉할 유 裕)하다. 중봉에 올라서 덕유평전을 내려다 보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중하고 광대하다. 이 큰 산에 봉우리와 골짜기는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지 종주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감탄을 한다. 지금은 그 깊은 산골에 길이 뚫리고, 향적봉 바로 아래에 있는 설천봉까지 곤돌라가 올라가서 정상에 오르기가 쉽다. 겨울이 끝날 즈음 상고대를 보러 길을 떠났다.
상고대는 나무나 풀에 서리가 들어붙어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다. 기온이 영하 이하로 내려가고, 바람이 불지 않은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다. 상고대를 보는 것은 겨울 산행을 하면서 얻는 큰 즐거움이다. 부지런해야 볼 수 있는 겨울 선물이다. 상고대를 옛날에는 목빙(木氷)이라 하였다. 나무에 붙은 얼음이란 뜻이겠다. 다산 정약용이 마흔 살 무렵 겨울에 양수리 한강가 집에서 그 목빙을 즐기면서 '목빙을 노래함(詠木氷)이란 시를 썼다. 그는 시에서 '나무들이 하룻밤새 모두 백발이 되었다'며, '거장의 솜씨라 조각도 빼어나다'고 하였다. 자연을 즐기며 감탄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하늘이 흐려 날씨는 청명하지 않았지만 좋은 경치를 만나니 즐겁다. 크고 너르면 품은 것이 많다. 큰 산이 베푼 황홀경에 감탄 또 감탄을 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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