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계서원과 보백당종택에 있는 나무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2025.8.4)
묵계서원(默溪書院)은 조선초 문신 보백당 김계행(寶白堂 金係行)과 응계 옥고(凝溪 玉沽)의 덕행과 청백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김계행은 조선 성종 때 문과에 급제 후 삼사(三司)라 부르는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 요직을 지냈다. 대사간일 때 연산군의 폭정을 만류하였으나 고쳐지지 않자 귀향하여 후학을 양성하고 청백리로 추앙받았다. 보백당(寶白堂)은 김계행의 생활 철학인 시구 '우리 집에는 보물이 없다. 보물이란 오직 청백리뿐이다 (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에서 따왔다.
묵계서원에서 보백당 종택(宗宅)은 300m 거리에 있고, 700m가량 되는 곳에는 만휴정(晩休亭) 정자가 있다. 만휴정은 TV드라마 촬영지로 나와 유명해졌다. 지난 2025.3.22 경북 의성에서 발화한 산불은 3.30까지 9일간 안동을 거쳐 영덕까지 99,500ha를 불태워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불은 길안면 묵계리 앞뒷산을 건너뛰며 태워 만휴정 일원 산림도 불이 났다. 피해 복구를 위해 가는 길을 막아서 만휴정에는 갈 수가 없었다. 묵계서원과 보백당종택에서 자라는 나무를 살펴보고 심은 뜻을 새겨본다.



○ 배롱나무 (부처꽃과)
백일홍나무가 배롱나무가 되었다. 가장 뜨거울 때 꽃을 피우는 열정의 나무다. 여름 내내 피기에 선비들의 사랑을 받는다. 오랫동안 피어 학문의 근기를 나타내어 양반나무라 한다. 예로부터 청렴을 상징하는 나무라 서원과 서당에 많이 심었다. 병산서원에도 여러 그루가 있다. 선비들이 나무를 보며 청렴의 의지를 다질 수 있게 한 것이다. 조선시대 사간원은 배롱나무(紫薇花. 자미화)가 핀 관아라는 뜻에서 미원(薇垣)이라 하였다.

○ 음나무 (두릅나무과)
엄나무라고도 하는데 경상도에서는 개두릅나무라고 한다. 가시가 엄(嚴)하게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먹이가 되기에 잎을 보호하려고 촘촘하게 가시를 달고 있다. 굵어지면 가시는 없어진다. 가시가 벽사 기능이 있다고 해서 집안에 심거나 처마 밑에 음나무 나뭇가지를 걸어둔다. 개두릅이라고 하지만 두릅나무보다 맛은 한 수 위로 친다. 순이나 잎은 두물까지만 딴다. 세물까지 따내면 나무에 더 이상 순이나 잎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 회양목 (회양목과)
강원도 회양땅이 고향이라서 유래한 나무이름이다. 회양은 금강산 비로봉을 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무는 키가 작지만 오랫동안 천천히 자라서 재질은 치밀하고 단단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본인 「무구정광다라니경」등 많은 목판활자는 회양목으로 만들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회양목으로 만든 호패를 받기를 바랐다.

○참죽나무 (멀구슬나무과)
경상도와 전라도에서는 참죽나무를 가죽나무라 하고, 못 먹는 가죽나무를 개가죽나무라 부른다. 흑갈색 나무껍질이 세로로 긴 비늘처럼 생긴 것이 특징이다. 열매 생김새는 꽃보다 더 기이해서 조화 같다. 가죽나무에 비해 기품이 있는 나무라며 대비하였다. 다른 사람의 아버지를 춘부장(春府丈 또는 椿府丈)이라 부르는데, 춘(春)은 참죽나무 춘(椿)에서 왔다. 속이 단단한 나무다. 기품이 있고 오래 살고 단단한 나무라고 심었다.

○ 모감주나무 (무환자나무과)
모감주나무 이름은 닳거나 소멸되어 줄어든다는 뜻인 모감(耗減)에서 유래한다는 얘기가 있고, 깨달음의 마지막 단계인 묘각(妙覺)에 염주를 뜻하는 구슬 주(珠)를 붙여 묘각주가 모감주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노란 꽃이 떨어져 황금비나무라고도 부른다.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를 금강자(金剛子)라 한다. 십 년을 몰두해야 성취를 하는 십년유성(十年有成)의 꾸준함과 강인함을 나타내는 나무다.

○ 회화나무 (콩과)
회화나무 꽃을 괴화(槐花)라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괴(槐)를 '회'로 발음하기 때문에 회화나무가 되었다. 회화나무를 심으면 유명한 학자가 많이 나온다고 믿어 학자수라고 한다. 외국에서는 그대로 번역하여 Scholor Tree라 한다. 창덕궁과 도산서원에도 여러 그루가 있다. 느티나무도 같이 괴(槐)를 쓰는데, 느티나무 가지는 기하학적으로 절묘하게 맞추어 뻗는다면 회화나무는 거침없이 자유롭고 호방하게 팔을 쭉쭉 뻗는다.

○ 파초 (파초과)
파초는 풀이지만 나무처럼 우람하다. 비 내릴 때 파초 잎으로 빗소리를 듣는다는 파초우성(芭蕉雨聲)은 선비들이 좋아하는 운치이다. 폭염 아래 파초는 푸르고 싱그러운 그늘로 초록 하늘을 만들어 눈을 시리게 한다. 그래서 파초 별명이 녹천(綠天)이다. 운치를 즐기는 일 말고 파초를 즐겨 가꾸는 것은 끊임없이 새잎이 밀고 올라오는 자강불식(自彊不息)의 정신을 높이 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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