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걷는다 Ⅱ-3. 잠실선착장-동작대교
소매에 담은 꽃향기
잠실선착장 - 봉은교 - 영동대교 - 성수대교 - 잠원한강공원 - 반포한강공원 - 서래섬 - 동작대교
이동거리 12.5㎞. 이동시간 3:05. 휴식 1:35. 계 4:40 (2026.5.21. 맑음)

만물이 점차 성장하여 가득 차게 된다는 소만(小滿. 5월 20일)이다. 풀과 나무는 푸르름이 왕성하다. 비 온 뒤라 하늘은 더 맑다. 뽕나무에 오디는 이제 막 익기 시작한다. 참새가 달려들어 날갯짓으로 가지를 흔들더니 바닥에 떨어진 익은 오디를 주워 먹는다. 새들은 날기 위해 몸무게를 조절하고, 참새는 진드기 감염을 줄이기 위해 담배꽁초를 둥지 재료로 쓴다. 누가 새를 보고 새대가리라 말한단 말인가.
강변에는 달리기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운동 나온 사람들이 많다. 영어 sports는 옛 프랑스어 disport에서 기원하였다. dis는 분리하는 것이고 port는 나르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서 마음을 분리하여 옮긴다는 것이니, 스포츠는 휴식을 취한다는 의미다. 소득 수준이 오르면 스포츠에 대한 수요는 늘어난다. 주 경기장 리모델링과 한강과 탄천 수변공간 조성공사를 하고 있어서 약간 돌아서 갔다.
탄천에는 예나 지금이나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있다. 탄천(炭川)은 조선시대에 강원도에서 한강으로 뗏목을 운반하던 숯이 빠져 개천이 검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과거 동방삭이 탄천에서 목욕을 하는 것을 저승사자가 숯으로 몸을 씻으며 그를 유인해 잡았다는 전설도 있다. 탄천은 용인 수지구 수청동(水淸洞)에서 발원한다. 발원지가 수청이니 맑아야 할 텐데 지리적 특성이 있을 것이다.
봉은교를 지나 영동대교 쪽으로 오면 강이 더 푸르게 보인다. 상류에서 북서로 흐르는 한강이 동호대교 부근 압구정에 오면 남서로 꺾인다. 이 부근을 따로 동호(東湖)라 했다. 물이 꺾이는 곳에는 중량천(지금은 중랑으로 바뀜)이 내려오고, 그곳에 있던 저자도는 강남 아파트 건설에 모래를 쓰느라 없어졌다. 또 그곳에는 한강 상류에서 오는 수운 종착점 두모포(지금 옥수동)가 있었다. 광주군 언주면이었던 압구정동은 조망도 좋은 데다가 한강의 집산지였고. 풍수적으로도 기가 막힌 곳이었다.
한명회가 그 땅을 마련하여 정자를 지었다. 명나라에 갔던 길에 그곳 한림학사 예겸에게 정자 이름을 부탁했다. 한명회가 청유(淸儒)인 줄 알았던 예겸은 압구정(狎鷗亭. 갈매기와 가까이 사귀는 정자)이라 지어주었다. 한명회는 수양대군의 모사가 되어 김종서, 안평대군을 죽이고, 단종 왕위 찬탈에 앞장서는 등 네 번이나 정변을 일으키고, 영의정을 세 번이나 하고, 두 딸을 예종과 성종에게 출가시키며 권세가 하늘을 찔렀다. 한명회는 왕도 우습게 알며 사신을 대접한다는 핑계로 왕이 쓰는 용봉차일을 빌려달라 하였다. 왕이 거절하고, 벼슬을 그만두겠다니 내쳤다. 한명회는 연산군 갑자사화 때 부관참시 되고, 왕비가 된 두 딸은 후사가 없이 스무 살이 못 되어 요절하였다. 탐욕에 저주가 따랐다. 압구정은 갑신정변을 일으킨 박영효의 소유가 되었다가 그도 정변의 주모자로 압구정은 몰수되고 파괴되어 터만 남았다. 압구정 자리가 현대아파트 11동 뒤라 하여 살펴보았더니 동호대교 남단 부근이었다.
압구정을 지나 동호대교를 지나면 잠원동 한강공원이다. 잠원동은 잠실이 있었던 곳인데, 송파구 잠실동과 겹쳐 예전에 지명인 신원리(新院里)의 원을 떼어와 잠원동이라 하였다. 개회나무가 향긋한 쉼터에서 남산을 보았다. 남산을 목멱(木覓)이라 했는데 마뫼에서 비롯된 말이라 한다. 마뫼는 달리는 말의 안장이 벗겨진 형국이라는데, 문외한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남산 아래에 보이는 한남동(漢南洞)은 남으로는 한강, 북으로는 남산이 있어 붙인 이름인데, 재개발을 하는지 집이 다 헐렸다.
잠원동한강공원은 개회나무도 그렇고, 쥐똥나무 꽃이 향긋하다. 쥐똥나무 이름이 묘한데, 다른 이름 검정알나무가 더 마음에 닿는다. 소매에 꽃향기가 나고, 폐부에도 들어온다. 서거정이 지은 '문을 닫음'이란 시에 '꽃밭을 거닐고 소매에 꽃향기를 담아 온다'는 글귀가 생각난다. 잠수교를 지나 서래섬으로 건너가니 유채밭과 보리밭이 아름답다. 봄꽃의 경물을 여기 따로 옮겨놓았다. 보리는 소만이 지나고 열흘 정도 지나면 익는다고 한다. 이제 조금씩 익어간다. 옛사람들은 보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맥랑(麥浪)이라 하고, 누렇게 익은 보리밭이 구름 같다고 황운(黃雲)이란 표현을 썼다. 흉내내기 보리밭이라 그 정도는 되지 않지만 기분내기는 되겠다. 물에서는 물새들이 기다려 물고기를 잡고, 사람들은 나무 아래에 자리를 펴고 봄을 즐긴다. 봄이 한창 무르익은 강변이다.
※ 교통편 : (갈 때) 2호선 잠실새내역 (올 때) 4호선, 7호선 동작역 2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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