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무산 독사
불무산(佛舞山 662.7m)
포천군 영북면 (2008.5.25)
야미리에서 시외버스를 내려 모내기가 끝난 횟가마길로 들어서니 축사에서 나오는 분뇨 냄새에다가 지천이 엉겅퀴요 애기똥풀이다. 엉겅퀴란 이름도 들판에서 아무렇게나 자랄 야성을 지닌 이름인데 피를 엉기게 하는 성질이 있어 그렇게 이름 붙였다 한다. 손을 베어 피가 나는 경우 엉겅퀴를 찧어 바르면 피가 멎는다. 옛날엔 엉것귀라 하였다는데 엉기는 귀신풀의 뜻이라 하니 이름이 정말 퀴퀴하다.
산에 들어서니 골이 음습하였다. 고라니가 놀라서 후닥닥 달아나고 뱀도 지나갔다. 사격장이 철조망으로 가로막고 있어서 망을 따라 산 위쪽으로 더 올라갔다. 갑자기 오른쪽 장딴지를 예리한 칼날로 찌르고 고무막대로 후려치는 충격을 느꼈다.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산 위로 몇 발자국 더 도망을 쳤다. 독사였다. 나도 뒤에 오던 친구도 꼬리만 봤지만 회갈색이었다. 내가 밟아서 그랬는지 찼는지 모르지만 세차게 공격하였던 것이다. 갑자기 다리가 마비되어 오른발을 디딜 수가 없어 주저앉았다. 독사는 윗턱뼈 앞부분에 2개의 주삿바늘처럼 생긴 독이 있다더니 순식간에 장딴지에 2.5㎝ 정도 간격으로 이빨 자국 2개가 보였다. 이브를 꾀어내던 그 못된 혓바닥과 앞니로 나를 물어뜯었다.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하기로 하였다. 가볍다고 생각하고 붕대로 묶지는 않았다. 산에서 통화가 되지 않아서 친구는 마을로 가서 119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미리 내려가고, 혼자 지팡이에 의지해 하산하였다. 몸은 땀으로 젖었고 발은 통증으로 디디기가 힘들었다. 친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시 올라오고 산을 거의 내려서니 앰뷸런스 소리가 가까이 나고 운천 소방서 119 요원이 올라왔다. 붕대로 무릎 아래와 허벅지를 묶어 응급조치를 하였다. 10시 20분경에 물렸는데 사이렌을 울리며 포천의료원에 도착하니 11시 20분. 반응 검사 파상풍 주사 항생 주사 등을 놓고 붓기가 퍼지는 정도를 3시간 정도 관찰하였다. 붓기가 무릎 이상 올라가면 다음 단계 조치로 다른 주사를 놓는데 온몸에 출혈 반점이 생기고 토하는 등 큰 부작용이 생긴다고 하였는데, 다행히 더 이상 번지지는 않았다.
병이 있는 곳에서 훌륭한 의술이 발전한다는데 산림지역이라 당직의사가 치료 경험이 있었다. 위급 상황은 넘겨 퇴원하기로 하고 발을 디딜 수 없어 반기부스를 하고 15시 퇴원하였다. 집에 도착하여 밤 11시 넘어까지는 부기가 줄지 않았는데 하룻밤 자고 나니 조금 가라앉았다. 부어서 걷는데 통증이 있고, 무릎 부근엔 출혈 반점, 물린 자국 아래는 피부가 누렇게 변했고, 복사뼈 아래는 퍼런 자국이 생겼다. 병원에 다니며 치료하고, 냉, 온찜질하고 절뚝이며 걷는데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여기고 감사하게 여긴다. 이번에 큰 경험을 하였다. 30여 년 산 다니며 처음 경험한 일이지만 산 다니면 생길 수 있는 일이었다. 혼자 산 다니지 말고 풀숲을 지팡이로 치고 다니는 일이 필요한 일이었다. 산꾼들이 여름에 스패츠를 하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 사람이란 앞 일을 모르는 것이고 항상 대비하고 다녀야 할 일이다.
뱀에 물렸으니 힘이 생긴다. 치매가 안 걸린다. 암 예방이 된다는 등 이런저런 얘기도 듣고 걱정 어린 전화와 치료에 대한 도움도 받았다. 고생한 친구, 걱정해 준 분들에게 모두 고맙고. 당분간 모처럼만에 집에서 쉬고 걸을 수 있는 대로 산에 가려한다.
※교통편 : 동서울터미널에서 철원 방면 시외버스를 타고 포천과 38 휴게소를 지나 야미 1리 하차
엉겅퀴
엉겅퀴
찔레꽃
불무산 횟가마골
쪽동백
2008.5.31. 남정택 / 꽃뱀 유혹
선비님을 유혹한 꽃뱀이 많이 봐줬군요.
벌써 산행을 마음에 그리고 있으니, 아무튼 다행입니다.
집안 모두가 평안하시겠지요?
나는 지난 5월 초순 10여 일 일정으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3국 러시아 쌍 테스 브루크와 모스크바를
정말로 주마간산 격으로 여행을 하였습니다.
환갑이라는 명분으로 아이들이 경비를 보조하였습니다.
한일 없이 벌써 이런 시간을 맞고 보니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그간 흉내만 내고 빈 죽만 울린 이런저런 일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선비님, 전과 같은 건강을 회복하여 산행은 물론 만사에 지장 없으시길 바랍니다.
산행기록과 사진첩이 매우 멋있습니다. 항시 고맙습니다.
2008.5.31. 전흥배 / 타초경사
항상 실천합시다 - 타초경사
2008.6.1. 권순집 / 불무산 독사
고생하셨구먼. 큰일 날뻔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보약 먹은 것이나 진배없어요.
하여튼 천만다행. 이제 나 홀로 등산은 삼가야. 특히 조용한 산은.
2008.6.27. 전흥배 / 부항기와 아라미드 섬유
지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부항기를 사용하여 현장에서 독성을 제거할 수 있었다면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벌독 제거에도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하네요. 소형은 부피는 적지만 짐은 늘겠죠
질기고 강도가 큰 폴리아미드 또는 아라미드 섬유 등으로 만든 스패츠가 필수적일 것이나
이 섬유들을 현재까지 구할 수가 없네요. 애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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