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에 물린 한 달
독사에 물린 지 한 달이 지났는데 다리가 완전하지 못해 산에 가지 못하고 있다. 봄에 물렸으니 망정이지 가을에 만났다면 큰일 날 뻔하였다. 아직 딛는데 욱신하고 모래주머니를 단 것 같아서 이번 주 산행이 가능할는지 모르겠다. 이젠 거의 나아서 무용담처럼 얘기하면 그 좋은 걸 혼자 드셨느냐고 놀림을 받는다.
뱀은 성장할 때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가진 터라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것으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뱀은 음습하고 위험하고 교활한 동물이며 혐오의 동물이요 경원의 대상이다. 혀를 날름거리며 다니는 모습을 보면 도망가는 게 수다. 그래서 어릴 적 밤에 피리나 휘파람을 불면 뱀 나온다고 어른들이 못하게 하였다. 옛날에는 뱀(구렁이)을 업이라 하여 애기가 무얼 만질라 치면 '어비'라 하며 멀리 하면서도, 뱀꿈을 꾸고 낳은 아들을 업둥이라 하여 좋게 될 것으로 얘기하였다.
며칠 전에 친구한테 밥 먹으러 나섰다가 평범한 길인데도 뱀 나타날까 풀숲에서 거리를 두고 걸어갔다. 꽃나무 밑에 숨었을라 풀숲에 숨었을라 한 번 놀란 가슴이 두렵게 만들었다. 내가 농담하길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것이 꽃뱀이요 독사라 하였다.
상사뱀이라는 것이 있다. 남녀 간에 짝사랑을 하다가 죽으면 뱀이 되어 생전에 사랑하던 사람 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는데, 재산에 탐을 내면 구렁이가 되고 여자에게 탐을 내면 상사뱀이 된다나. 무엇이든 탐을 내거나 학대하면 내생에 그 몸을 받아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어쨌든 조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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