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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십이령숲길 / 등짐장수가 넘던 고갯길

향곡[鄕谷] 2010. 8. 22. 11:48

 

 

 

 

울진 십이령숲길

등짐장수가 넘던 고갯길

 

경북 울진군 두천리, 소광리 (2010.8.21. 35℃)

두천 1리(내성 행상 불망비)-바릿재-찬물내기 쉼터-샛재-소광천-너삼밭재-저불한재-소광 2리 금강송펜션 (5시간 10분)

 

 

 

춘양과 현동을 지나 불영계곡 구불구불 돌아서 십이령 숲길 출발지인 두천리에 도착한 건 서울에서 떠나 5시간 반이니 버스 타는 것만도 힘든 시간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이틀째로 길 걷기도 그리 좋은 날은 아니다. 뙤약볕에 초파리까지 달려들었다. 대단한 도전 정신이 필요한 날이었다. 십이령고갯길은 십이령이란 지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개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고갯길을 사단법인 '울진숲길'에서 산림청 1호 숲길로 조성하여, 총 60㎞ 중 우선 13.5㎞를 지난 7월 22일 개방하여 이제한 달이 되었다. 누구는 이곳을 한국판 차마고도라 하였다.   

   

 

울진 북면 흥부장에서 해산물인 미역, 어물을 사서 두천리에 오면 하루가 걸리고, 거기서 십이령 고개 을 지나 이틀반 걸려 가서 봉화나 내성장 춘양장에 팔고, 돌아올 때는 잡화, 약초, 곡식을 사서 오는 일을 등짐 장수인 바지게꾼이 하였다. 발이 없는 지게라 바지게인데, 쉬기도 힘든 형편이었다. 하룻밤 묵는 두천리엔 주막이 생기고, 짐을 져주는 일도 하였던 모양이다. 두천리 초입에 있는 「내성 행상 불망비」는 봉화 내성에 사는 행단 접장을 위해 이곳 사람들이 고마운 표시로 세운 비다. 등짐장수를 업신여기는 말로 등금쟁이라 했다는데, 그 등금쟁이도 1950년 중반 무장공비 출몰 후 없어졌다 한다. 그 사건이 아니더라도 철도가 놓이고 물산의 이동 경로가 달라졌으니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숲길 보전을 위해 하루 예약 인원 80명만 받고 해설가의 안내를 받아하고 있다. 한 달 만에 1500여 명이 찾았다고 한다. 사단법인 울진숲길 사무국장인 이규봉 씨 외 한 분이 동행하였다. 이 일에 열의 가득한 분이었다. 이곳이 DMZ에 이어 두 번째로 밀도가 높은 산양 서식지인데, 지난겨울에 폭설 17구의 산양 사체를 거두었다고 한다. 가다 보면 중간중간에 동물들이 숨을 나무 가림대가 있다.  

 

짧은 숲길을 지나고 냇가에서 쉬었다가 찬물내기 쉼터로 가는 3.4㎞ 임도는 인내의 시험장이다. 이런 등짐장수의 땀의 노력으로 안동 간고등어가 생긴 것이다. 그런 땀을 생각해도 들고 온 큰 카메라너무 무거웠다. 샛재를 넘어서서 성황당부터는 소광리에 사는 마을 어른이 해설을 맡았다. 말이 장황하긴 하지만 이런 일을 맡게 하는 행정적 지원이 좋다고 생각한다. 샛재부터는 밑둥치에 번호를 받은 소나무들이 띄엄띄엄 보인다. 국가를 위해 쓸 소나무 1370그루가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짧은 숲길이 지나면 대광천이 옆으로 흐르는 임도이고, 다시 숲길이 이어진다. 마을 해설가가 이곳 민요를 마지막 고개에서 한다더니 우리가 분위기를 못 만든 탓인지 듣지 못하였다. 내심 '십이령 바지게꾼 노래'를 듣고 싶었는데 아쉽다. 전체적으로 경관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다. 마을 부녀회에서 준비음식에도 정성이 가득하여 열성적인 노력을 온 마을이 함께 하고 있었다. (중간에 카메라를 잘못 건드려 종일 찍은 사진이 다 날아가 버렸다. 아래 사진은 동행한  산악대장 최효범 님의 동의를 얻어 그 사진을 받아 사용하였다)

 

 

《십이령 바지게꾼의 노래》

 

미역 소금 어물 지고 춘향 장을 언제 가노 /

(후렴)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 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내 고개를 언제 가노 / 한평생 넘는 고개 이 고개를 넘는구나

서울 가는 선비들도 이 고개를 쉬어 넘고 / 꼬불꼬불 열 두 고개 조물주도 야속하다.

대마 담배 곡물 지고 흥부장을 언제 가노 / 오나가나 바지게는 한평생 내 지겐가

오고 가는 원님들도 이 고개를 쉬어 넘고 / 꼬불꼬불 열 두 고개 언제 넘어 고향 가노

 

사단법인 울진숲길 홈페이지 www.uljintrail.or.kr    

   (우) 767-873 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 행곡 3리 988-5. 전화 070-7718-2999

 

두천리가는 길 : 울진에서 덕구온천 가다가 직전에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두천리 표시 이정표 쪽

 

 

※ 참고사항 

 

  1) 거리 : 두천리 (1.3㎞) 바릿재 (0.7㎞) 임도 (4.5㎞) 찬물내기 쉼터 (1.1㎞) 샛재 (2.2㎞) 대광천(3.7㎞) 금강소나무 펜션 ---- 합계 13.5㎞

   2) 탐방로엔 민가, 가게, 화장실, 탈출구가 없다. 찬물내기 쉼터까지는 비상차량을 운행한다

   3) 화요일은 탐방로를 개방하지 않음  

   4) 소광리 미인송, 500년 금강소나무는  금강송펜션에서 차로 4㎞ 더 가야 볼 수 있다.  

 

 

 

 글 : 향곡, 사진: 최효범

 

 

 

 내성 행상 불망비

 

 

 

내성 행상 불망비 앞 출발

 

  

 

효자효부 정려각

 

  

 

임도

 

 

 

하천 경관길

 

  

 

 

 

찬물내기 쉼터

 

 

 

샛재

 

  

성황당

 

 

 

 

 

  

 

 

소광리 마을

 

 

울진 십이령길 (두천리-소광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