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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대. 세속을 떠난 선비같이 초연한 모습 / 고경명의 글

향곡[鄕谷] 2010. 10. 8. 21:07

입석대. 세속을 떠난 선비같이 초연한 모습

- 고경명(高敬命. 조선 중기 문신, 의병장. 1533-1592)의 글 유서석록(遊瑞石錄)에서

    ( 출처 : 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심경호 지음. 출판사 이가서. p607)

 

 

최근 선비들의 산행 유람에 대한 글을 모아둔 책을 읽다가 조선중기 문신이자 의병장인 고경명이 1574년 4월 서석산(瑞石山.지금 무등산)에 다녀와서 입석대에 대해서 쓴 유산록 묘사가 뛰어나 여기에 따로 옮겨 놓고 읽고자 한다    

 

 

 

입석대 / 무등산 (광주. 2006.3.5)

 

 

 

괴석이 곧추서서 죽 늘어서 있어서 죽순이 다투어 머리를 내미는 듯하며. 희디 희어서 마치 연꽃이 처음 필 때와 같다. 멀리서 보면 관모를 쓴 몸 큰 귀인이 단정하게 홀(笏)을 쥐고 공손히 읍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가까이 가서 보면 마치 철옹성과도 같은 튼튼한 요새에 일만의 병사가 숨어있는 듯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아무런 의지 없이 홀로 솟아서 형세가 더욱 홀로 빼어나니, 마치 세속을 떠난 선비가 무리를 벗어나 홀로 초연한 모습 같기도 하다. 더욱이 알 수 없는 것은 네 모퉁이를 깎아내어 아주 반듯하게 갈아서 층층이 쌓고 겹겹이 포개어 도끼질한 듯한 모습이라 마치 석수장이가 먹줄을 튕겨 다듬은 듯하다. 

 

생각건대, 혼돈에서 천지개벽이 이루어질 때 기가 무심하게 엉겨 우연히 이렇게도 괴상하게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신공귀장(神工鬼匠)이 바람과 우레를 명하여서 이런 교활한 농간을 부린 것일까? 아아, 누가 구워냈으며, 누가 지어 부어 만들었는지, 또 누가 갈고 누가 잘랐단 말인가? 아미산(峨眉山)의 옥으로 된 문이 땅으로 솟은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성도(成都)의 석순(石筍)이 해안(海眼)을 둘러 진압한 것이 아닐까? 알지 못할 일이다.

 

돌이 형세를 보니 들쭉날쭉하게 떨어져 뽑혀나고 무리 져 나와서 아무리 계산을 잘하는 자라 해도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니 열여섯 개 봉우리라고 하는 것은 다만 눈으로 보이는 것만 근거로 삼아 그 대강만 헤아려 둔 것일 따름이다. 암석대의 봉우리들이 길게 이어져 날개를 필 듯한 형상을 한 것은 마치 사람이 펼쳐서 깍지 끼고 있는 듯한데 암자는 바로 그 중간에 있다. 우러러보면 위태로운 바위가 높이 솟아서 곧 떨어져 눌러버리지 않을까 해서, 두려워서 불안하기 그지없다. 바위 밑에 샘이 있어 모두 두 곳인데, 하나는 암자 동쪽에 있고 하나는 서쪽에 있다. 아무리 큰 가뭄에도 줄지 않는다 하니 이 또한 신기한 일이다.

 

 

 

입석대 / 무등산 (광주. 20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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