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그린웨이
호젓한 동네 둘레길
서울 강동구 (2012.6.30. 20.2~23.7℃. 비 69.5㎜)
명일역-고덕역-명일근린공원-일자산(해맞이공원, 둔굴)-서하남사거리-성내천-올림픽공원 (3시간 30분)
전날 저녁부터 비가 왔고 오전에 비가 많이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어, 산행 목적지를 가평에 있는 산에서 강동그린웨이 트래킹 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모처럼만에 오는 단비였고 기다리던 빗소리를 들으면 걷는 것도 좋다. 비는 어원인 '블'이 '쁘리다'에서 나온 것이라, 이렇게 시원하게 뿌려야 제 맛이다.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왜 우사(雨師)를 거느리고 왔겠고, 비바람을 관리하는 영등할매에게 왜 제사 지냈겠는가? 생산력을 좌우하는 비는 요즈음도 마찬가지이다.
빗속에 나서는 일도 운치 있는 일이다. 이미 걷는 일에 세상 일이 빠져드는데 비까지 내리니 말이다. 명일 근린공원은 이름대로 나지막하다. 산의 이름을 받을 정도는 되지 않으니 고덕(高德)과 명일(明逸)의 높은 이름을 가진 동네 뒷산이다. 시작부터 산딸기를 따 먹느라 발걸음이 지체되었다. 그간 햇볕만 받아 한껏 탱탱한 데다 비가 씻어놓은 산딸기는 천연 보양제 이다. 가시가 날카로운 며느리배꼽도 지천이었다. 농담 삼아 우리가 언제 며느리배꼽을 보겠는가 하였는데, 며느리배꼽이 많은 걸 보니 며느리를 시기하는 시어머니가 많았던 모양이다.
일자산은 능선이 길게 한 일(一)이어서 그렇게 부른다. 꼭대기에 오르면 둔촌 이 집(李集) 선생이 숨어들었던 둔굴이 있다. 고려말 대학자인 이 집은 신돈을 비판한 후 아버지를 업고 영천으로 피신하였다는데, 이곳 일자산에도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뒤 그의 호를 둔촌(遁村)으로 하였고, 그것이 이 동네 이름 둔촌동이 되었다. 해맞이공원에 세워놓은 그의 글 비석을 보면 '후손에게 금을 광주리로 물려주는 것보다 경서를 가르치는 것이 더 낫다' 하였다. 바른 가르침에 바른 실천은 늘 필요한 덕목이다.
빗속에 망토를 휘날리며 걷는 맛도 괜찮다. 산길이 편안하니 여유를 부리느라 오히려 걸음도 느릿느릿. 꽃 구경 구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밤새 비가 많이 왔는지 내(川)가 넘쳐 풀잎이 황톳물에 젖었다. 빗속 운치를 얘기하며 모두가 편안하고 여유롭다. 비가 내리는 행복만큼이나 비 내리는 분위기를 사랑하니, 빗속 산행 기회가 다시 있다면 즐거이 또 나설 것이다.
※ 출발점 : 서울 지하철 5호선 명일역 3번 출구. 목적점 : 5호선 올림픽역 1번 출구
비는 내리고 / 고덕역 부근
일자산 쉼터에서
둔촌 선생 글 비 / 일자산 해맞이공원
남한산성 가는 산길엔 구름이 덮였다
둔촌 이 집 선생이 숨었던 둔굴
며느리배꼽
성내천 / 올림픽아파트 부근
성내천
올림픽공원
강동그린웨이 이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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