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筆耕舍. 심훈기념관)
붓(筆)으로 밭을 간다(耕)
충남 당진시 상록수길 (송악읍 부곡리)
필경사 위치 : 서해안고속도로 송악나들목에서 5㎞
서울 동작동 현충원 뒤로 걷는 서달산 숲길이 있다. 그 산길 알림판에 동작구에서 난 인물로 상록수를 쓴 작가 심훈(1901-1936)이 있다. 심훈은 흑석동(당시는 경기도 시흥군 신북면 흑석리)에서 태어났다. 시집에서 그의 시 '그날이 오면'을 감명 깊게 읽고서, 시간을 내어서 가봐야겠다고 늘 마음에 두고 있었다. 마침 가족들과 당진 왜목항 갯벌체험을 갔다가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심훈기념관 필경사가 있었다
심훈은 경성고등보통학교(현 경기고등학교) 3학년 때 3.1 운동에 참여하여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었다. '감옥에서 어머님께 올리는 글월'을 지었다. 그는 ' 저는 어머님보다도 더 크신 어머님을 위하여 한 몸을 바치려는 영광스러운 이 땅의 사나이 외다'하며, '콩밥을 먹는다고 눈물겨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삶은 콩을 그렇게도 좋아하던 제가 아닙니까?' 하며 어머니를 달랬다. 그는 감옥에서 나와 이듬해 중국으로 망명하여 이회영, 신채호, 이동녕 등 독립지사들과 교류하며 그곳에서 대학을 다녔다. 1926년에는 순종 장례를 준비하는 돈화문 앞에서 '통곡 속에서'를 지어 독립운동의 불을 지폈다. 그 뒤에 영화에 출연하고, 영화소설과 시나리오를 집필, 감독까지 하였다.
1930년 심장을 뛰게 하는 시 '그날이 오면'을 지었다. 나는 그 시를 처음 읽어 보고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가슴벅차게 하는 시였다. 그 시를 포함하여 몇 편의 장편소설이 검열에 걸려 중단하거나 발표하지 못하였다. 그는 시 '봄의 서곡'에서 '굽히지 말고 싸우며 나가자. 우리의 역사는 눈물에 미끄러져 뒷걸음치지 않으리니' 하였다. 희망찬 사람은 자신이 희망이었다. 경성방송국에서 입사하였으나 사상문제로 퇴직하고 1932년 충남 당진으로 낙향하였다.
심훈은 당진에서 장조카이자 상록수 소설의 남자 주인공 박동혁의 모델인 심재영의 고택으로 내려가 기거했다. 그곳에서 2편의 소설을 신문에 연재하고 자신이 설계한 집 필경사(筆耕舍)를 지었다. 필경사는 붓(筆)으로 밭을 가는(耕) 집(舍)이란 뜻인데, 그의 시 '필경(筆耕)'에 그 뜻이 나와 있다. 그는 '우리의 붓끝은 날마다 흰 종이 위에 갈(耕)며 지나간다. 한 자루의 붓은 우리의 쟁기요 유일한 연장이다. 창끝같이 철필촉으로 샅샅이 파헤쳐 온갖 죄악을 폭로하자. 붓을 잡은 자여 위대한 심장의 파수병이여!'라고 하였다. 그는 붓으로 싸워 독립을 이루고자 하였다.
심훈은 필경사에서 소설 상록수를 집필하였다. 상록수는 1935년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다. 소설 속 박동혁은 충남 당진군 송악면에서 농촌개혁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이었다. 필경사가 있는 곳이 그곳이다. 심훈은 조카와 함께 농촌을 체험하며 소설을 쓰고, 4년을 이곳에서 살다가 1936년 장티푸스로 죽었다. 죽은 해에 마지막 작품으로 베를린 올림픽에서 승리한 손기정 남승룡을 위해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를 썼다. 그는 '전 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라고 외쳤다. 그는 끝까지 우리의 희망이었으며 거인이었다. 필경사는 이후 교회로 쓰다가 장조카가 사들여 당진시에 기증하였다. 지금은 심훈기념관으로 쓴다. 심훈의 묘도 경기도 안성에 있다가 필경사 옆으로 이장하였다. 필경사 앞에는 소나무, 사철나무, 향나무 등 상록수가 서서 심훈을 지키고 있다.


그날이 오면
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로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시집 『그날이 오면』,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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