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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의 소나무

향곡[鄕谷] 2006. 4. 6. 21:53

 

[조용헌 살롱〕배병우의 소나무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사진작가 배병우(56)의 소나무 사진 한 장이 4800만원에 팔렸다.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은 지난해 런던에서 팝가수 엘튼 존에게 2700만원에 팔린 바 있다.

한국의 소나무가 세계 미술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배병우는 20년 넘게 소나무 사진만 찍어온 사람이다. 그가 처음 소나무에 눈뜨게 된 계기는

1985년 동해안의 낙산사(洛山寺)에 들르면서부터였다고 한다. 낙산사 앞에 섰을 때 소나무가

가슴에 들어왔다. 그렇다! 소나무가 한국의 자연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이때부터 그는 전국의

소나무들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였다. 약 2년 동안 지리산·속리산·강원도를 비롯하여 유명하다는

소나무가 있는 곳이면 거의 다 가 보았다. 그러고 나서 내린 결론이 경주의 소나무였다.

 

경주는 신라 56대 경순왕으로 끝날 때까지 약 1000년 동안 유지된 왕국이다. 56명의 왕들을

비롯하여 그 부인과 왕자들이 모두 경주에 묻혀 있다. 이들 왕릉 옆에는 거의 예외 없이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경주 사람들은 이 왕릉 옆의 소나무를 ‘도리솔’이라고 부른다. ‘도리’는

불교의 33천(天) 가운데 하나인 도리천(?利天)을 가리킨다. 이 도리천이라는 천당에 서 있는

소나무라고 해서 도리솔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이 도리솔들은 먼저 소나무 특유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 소나무에는 귀골(貴骨)의 기품이 있다.

그 다음에는 너무 크지 않고 자그마해서 예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도리솔에는 200~300년

세월의 풍상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곧게 뻗지 않고 이리저리 휘어지면서 자란 도리솔의 줄기가

바로 인생의 풍파를 상징하고 있다. 이번에 소더비 경매에서 팔린 사진도 신라 55대 경애왕

(景哀王·재위 924~927) 능 옆의 도리솔을 찍은 것이라고 한다. 포석정을 지나면 나타나는

왕릉이 바로 경애왕릉이다.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이 서양 미술시장에서 팔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업화로 자연이 황폐화

되면서 자연에 대한 관심이 증가 추세에 있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동아시아 미술의 오랜 전통인

산수화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관련 있다고 한다. 서구인들은 소나무 사진이 동아시아 수묵화의

오랜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조용헌·goat1356@hanmail.net ) 조선일보 2006.4.4.

 

※ 사진가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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