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세월 속 물건 2

달걀꾸러미

달걀꾸러미 닭은 빛이 오는 것을 알리는 태양의 새라 한다. 그래서 아침마다 우는 것이다. 닭의 울음은 때를 알리는 시보(時報)이기도 하다. 그 닭 울음소리를 듣고 일어나고, 그 울음소리를 듣고 맹수와 도둑은 도망을 갔다. 닭은 알을 낳고도 울었다. 그때는 탄생의 의미이다. 서산대사는 낮닭이 홰를 치며 울자 의문이 풀리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닭의 울음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일러주는 바가 있다. 닭의 고어는 'ㄷ·ㄺ'이고, 그 전에는 'ㄷ·ㄹ' 또는 'ㄷ·ㄱ'이었다. 지금 말로 풀어쓰면 '달' 이나 '닥' 또는 '독'이다. 제주도 말에 달걀을 독새끼라고 말하는 것이 그 말의 잔재이다. 초등학교 때 우리 집에서 닭을 키웠다. 닭이 울면 쫓아가서 금방 낳은 달걀을 들고 나왔는데, 닭의 온기가 남아 있어서 따..

국화꽃잎을 바르던 미닫이

국화꽃잎을 바르던 미닫이 미닫이 / 창덕궁 (서울 종로) 어릴 때 살던 집에는 미닫이가 있었다. 문을 열고 닫는 방법에 따라 앞뒤로 열었던 여닫이, 밀고 닫았던 미닫이, 이들을 합한 몰아서기가 있다. 보통 미닫이 바깥에 여닫이를 두었다. 미닫이는 문지방 아래나 벽 중간에 머름이라는 공간을 두고 그 위에 미닫이를 끼워 만들고, 바깥에는 여닫이를 해 달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온 식구가 우물가에 가서 물을 품어서 창틀을 씻고 창호지를 발랐다. 미닫이나 여닫이 손이 가는 쪽에는 국화꽃이나 국화잎, 맨드라미 등 꽃밭에 있는 꽃잎을 붙였는데, 그러면 손이 가더라도 문이 덜 해지고 계절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꽃과 잎을 볼 수 있었다. 겨울에 춥지 않으면 여닫이는 그냥 열어 놓고 미닫이만 닫아서 환한 햇볕을 방안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