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세월속의 물건 5

라디오 시대

라디오 시대 라디오는 넓은 의미로 무선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전파를 수신하는 기계를 말한다. 1895년 이탈리아 마르코니가 무선기계를 발명하고 라디오가 세상에 등장하였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 경성방송국이 1927년 첫 라디오 방송을 개시하였으니 라디오가 들어온 시기는 아직 백 년이 안 된다. 당시에는 마을마다 삐삐선으로 연결한 라디오로 주파수를 선택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텔레비전에 이용 순위가 밀리고, 다시 핸드폰이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으니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초등학교 때 우리집에 라디오는 가죽 덮개를 씌운 라디오였는데, 한밤중 도둑이 들어서 가져갔다. 그때만 해도 라디오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구입한 것이 PC글자판 만한 직사각형 큰 라디오였다. 다이얼은 주파수와..

설피 / 눈밭에서 신는 덧신

설피(雪皮) 눈밭에서 신는 덧신 설피(雪皮)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눈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신고 다니는 덧신이다. 묵은 눈 위에 또 눈이 가득 쌓인 대간길에서 설피를 신고 걸은 적이 있었다. 닭목재에서 평창과 강릉 사이에 있는 고루포기산(1283.3m)에 가는데 설피를 신고 걸었다. 설피를 신고 눈을 밟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넓은 눈밭에서는 그만이다. 단내 나도록 걷는 눈길에서는 그래도 힘을 절약할 수가 있다. 설피는 여름철에 칡이나 다래덩굴로 만드는데, 이젠 쇠나 스텐으로 만든 아이젠이 대신하고 있다. 요즘 체인아이젠이 과거의 설피이다. 아이젠은 바닥에 눈이 떡이 되도록 붙어 눈이 많은 곳에서는 엉기기에 털면서 가야 하는데, 설피를 신으면 엉겨 붙는 것이 덜하여 도움이 된다. 체인아이젠도 설..

키 / 알곡을 골라내는 키질, 껍데기는 가라

키 알곡을 골라내는 키질, 껍데기는 가라 키 / 충북 제천시 영천동 학교 다닐 때 어느 날 아침, 이웃집 아이가 키를 쓰고 박바가지를 들고 우리 집에 온 적이 있었다. 그 당시는 아이들이 오줌을 싸면 그렇게 해서 소금을 꿔오라고 시켰다. 원래는 '너 오줌 쌌구나' 해야 하는데, 어머니는 물어보지도 않고 소금을 담아주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창피를 줘서 오줌 싸는 것을 막아보려는 방법이었다. 지금 같아선 아이의 인권문제를 들먹일 것 같다. 키를 알곡을 골라 내는 용도나 오줌싸개용 덮개로 본 것은 거의 비슷한 시기였다. 키는 알곡을 골라내는 기구이다. 추수를 하면 알곡, 검불, 돌, 쭉정이 등이 섞여 있다. 적은 양이면 그것을 키에 담아 아래 위로 흔들어 바람을 내며 까불러 분리를 하는 작업이 키질이다. 키질..

수판 / 셈판 용구

수판(數板) 셈판 용구 수판은 주판(珠板)이라고도 한다. 판(板)에 나무나 플라스틱 알맹이를 아래위로 나열하여 계산하기 위해 만든 셈판이다. 수판으로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할 수 있다. 예전엔 셈할 일이 있으면 수판이 필수품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따로 주산을 공부하던 시간이 있었고, 운동회 때도 달리기와 수판셈을 혼합한 경기도 있었다. 수판을 처음 사용한 바빌로니아에서는 기원전 3천년 전 판 위에 모래를 뿌리고 돌멩이를 올려놓고 셈했다고 한다. 그 뒤 기원 전 500년 전에는 중국에서 대나무를 이용해서 수판을 만들었다는 자료가 전한다. 우리가 사용하던 수판도 아래쪽이 5개이던 알이 4개로 바뀌었다. 상업학교를 다니던 사람들이 은행에 취업을 할 때는 수판이 무기였다. 얼마나 셈이 빠른지 간단..

지게 / 온몸으로 나르는 운반 도구

지게 온몸으로 나르는 운반 도구 지게는 우리 민족이 발명한 운반 도구이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발명품에 당연히 이름을 올릴 만하다. 언제 처음 만들었는지는 모르나 문헌(譯語類解)에 나오는 것은 병자호란 이후 숙종 때(숙종 16년. 1690년)에 등장한다. 촌에서 지게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 지게를 질 사람의 키와 몸에 맞추느라 자르고 다듬어 만든다. 지게는 좁은 농로나 나무하러 다니는 산길에서 딱 맞는 운반 도구이다. 키에 몇 배나 되는 물건을 지게에 지고 가는 것을 보면 우리는 감탄하곤 한다. 지게가 하중을 분산하고, 지게막대기로 지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를 해다가 지게에 담아놓은 것을 짊어졌다가 몇 발자국 걷지도 못하고 고꾸라진 경험이 있다. 지게가 몸에 비해 큰 데다가 무게를 이겨내지도 못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