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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세상 이야기

구례 가서 놀란 식당 이야기

향곡[鄕谷] 2007. 6. 30. 00:11

 
구례 가서 놀란 식당 이야기

 

○ 동아식당 / 구례읍 축협하나로마트 옆

 

6월초에 국민학교 동창회를 지리산 부근에서 하였다. 매년 한번씩 전국 문화탐방을 하는 것이 우리 동창회 모임이다. 올해는 우리가 저녁을 먹은 식당이 공전의 히트작이었다. 총무가 인터넷을 뒤져서 찾은 동아식당이 그 식당이었다.  저녁을 미리 시켜두기 위해 찾아간 식당을 보고 무척 놀랐다. 다 찌그러진 모습을 보고 이런 장소에서 동창회 모임을 가져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총무가 차에서 내릴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겨우 마음을 추스린 후 식당안에 들어가니 몇몇 식탁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들고 있었고, 별실 식탁엔 우리들만의 자리를 준비해 두었다.국민학교 교실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와 안심이 조금 되면서,음식을 준비시켜 놓고 숙소로 돌아와 친구들과 같이 다시 식당으로 갔다. 친구들에게 낙담하지 말라 부탁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 다음 우리가 시킨 가오리찜과 밑반찬,돼지고기 숭숭 썰어넣은 김치찌개 등이 나오는데… 너무 맛있는 음식에 감탄했고, 주전자 막걸리도 분위기에 걸맞았다.이건 순전히 동창회 분위기로 끝내주는 자리라며 모두 너무 좋아했다. 거기다 오랜만에 만나 나누는 얘기로 분위기가 더 무르익었다. 그런데 그렇게 푸짐하게 먹은 저녁을 계산을 하는데 너무 저렴하여 또 놀랐다. 저녁에 먹으려고 막걸리 댓병을 식당에서 샀더니 두부와 김치를 듬뿍 넣어주고 막걸리값만 받았다. 아주머니 말씀도 수더분 하시고, 음식맛도 좋고, 값싸고. 다음에 구례에 가면 또 동아식당 갈 것이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란 얘기가 이래서 나오는가 보다. 다음날 흑돼지를 먹으려 하였으나 장날(3일,8일)이라 사람이 많아 국밥만 한단다.

 

 

 

동아식당

 

  

 

○ 북문 식당 / 구례경찰서 옆

 

다음 날 사성암,운조루,화엄사 등을 구경한 후 점심 먹을 곳으로 지리산 흑돼지를 하는 음식점을 찾았다. 지리산흑돼지를 하는 식당은 모두 화엄사 부근 등 관광지에나 있고 구례읍내에는 한참이나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군청에 문의까지 해보았으나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찾은 집이 북문식당 이다. 문을 드르륵 열어 보니 손님은 아무도 없고 아주머니가 나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흑돼지가 되느냐 물었더니 어서 들어오라는 것이다. 어제 허름한 식당에 대성공 했던지라 또 그런 곳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생고기 흑돼지에 여러 반찬이 모두 좋았다. 집에서 담근 김치가 하도 맛있어 몇 접시 더 주문하였다. 

 

그것만이 아니다. 아주머니가 조금 주신 죽순과 매실 등이 너무 맛있어 모두들 살 수 있느냐고 했더니 준비한 것이 부족하여 친정에 온 딸들에게 주려던 것 까지 모두 거덜내었다. 마치 우리가 친정에 간 느낌이었다. 맛있는 음식에 푸근한 인심이 좋았다. 자전거 타고 가시는 나이 연만한 할아버지에게 길을 물었더니 글쎄 자전거에서 내려 얼마나 친절하게 가르켜 주는지 친절함에 또 감동 받았다.

 

 

북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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