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잎차를 마시며
친구와 감잎차를 나눠 마셨다. 감잎은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후 6~7월에 따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 잎에 실을 꿰어 그늘에 말렸다가 잘라두면 훌륭한 감잎차 원료가 된다. 뜨거운 물에다가 말린 감잎 몇 조각을 넣어 우려내면 잘 익은 햇빛의 광합성 에너지를 마실 수 있고, 땅밑에서 올라온 자양분을 마실 수 있다. 차맛은 부드럽고 순하고 가볍고 은근하다. 노인들이 겨울철에 감잎차를 물처럼 끓여 마신 것은 감기를 예방하고 비타민 보충원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고혈압이나 혈관 계통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잎차를 마시며 옛 어른들의 여유와 짐작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어른들은 감을 딸 때 일부러 몇 개를 까치밥으로 두는 배려를 하였다. 이웃 아이들이 감 몇 개 따가는 것을 방안에서 알았더라도 가만 두었다. 좀 심하게 딴다 싶으면 긴 담뱃대로 놋쇠 잿털이를 톡톡 쳤다. 기침을 하거나 사람이 방에서 나오면 혹시라도 나무 위에 있던 아이들이 약한 감나무 가지가 부러져 다칠까봐 조심을 하였다. 손자들이 감홍시를 달라면 조그맣게 나눠서 주었는데 한 개를 다 주어 생기는 변비를 막기 위한 배려였다. 그렇듯 감엔 할아버지의 짐작과 배려가 묻어있는 과일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여유와 짐작을 가르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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