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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문화 테마

부엌 / 이제는 가족 공간입니다

향곡[鄕谷] 2009. 11. 28. 18:03

부엌

이제는 가족 공간입니다

 

 

예전엔 부엌에 사내가 들면 고추 떨어진다고 얼씬도 못하게 했는데 이젠 가족 공간이 되었다. 부엌에 드는 여인네를 '부엌네' '부엌데기'라 낮추어 불렀다. 부뚜막에서 밥을 먹고 부엌에서 하루를 지냈으니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 식구는 어머니를 빼곤 여자가 없어 어머니를 도와드려야 했다. 밤중에 연탄불 갈라고 하면 정지(부엌)에 연결된 고방(광)에서 연탄을 꺼내서 갈고, 학교 갔다 오면 어김없이 물통을 들고 공동수도에 가서 물을 길어 두멍(물독)에 가득 채워야 했다. 

 

밥을 할 때 부엌에 가면 쇠솥에서 김이 새어 나와 밥 익는 냄새가 가득하였다. 나무를 때는 아궁이도 있어서 메주를 쑬 때면 부엌에 김이 자욱하였다. 여름 장마에 운동화를 빨아 급속으로 말릴 때는 부뚜막이 최고였다. 살광(찬장)을 열면 빳빳한 바부제(밥 덮는 보자기)로 덮은 음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부엌 문이 널판으로 된 여닫이여서 삐걱 소리가 나서 가만히 들어갈 수도 없지만, 워낙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제자리를 벗어난 부엌살림은 금방 표시가 났다. 부엌엔 어머니 냄새가 배어있고 어머니 방식으로 정리된 공간이었다.

 

 

 

 

아궁이 / 강원도 홍천군 와야리 밤까시마을

 

 

 

아궁이 / 충북 제천시 수산면 어느 민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