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 그 하얀 꽃 아래서
배밭에 배꽃이 가득한 5월 초순이다. 작년에는 배꽃이 필 때 날씨가 추워서 벌이 나오지 않아 수분을 못하여 다들 '금배'라고 불렀다. 예로부터 누룩은 6월 유두에 담그기 좋다고 하는데, 배꽃이 필 무렵에 담은 누룩으로 빚은 술을 이화주(梨花酒)라 하였듯, 배꽃 필 무렵은 따사로워 술을 담그기 시작한 계절이었다.
자두라고도 부르는 '오얏'이 한자로는 이화(李花)이고, 배꽃은 이화(梨花)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마라'는 '오얏'이 바로 성씨 '이(李)'의 '오얏 리'이고, 이화여대에서 '이화'나, 고등학교 때 국어책에 나오는 고려말 이조년이 지은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에서 '이화'는 '배나무 꽃'이다. 헷갈리니 그냥 우리말로 불렀으면 싶다.
배꽃에 달빛이 부서지면 그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름다워도 멋들어지게 아름다울 것이다. 달빛을 벗 삼아 배꽃 핀 나무 아래서 친구와 탁배기 한 잔 하면 운치가 절로 날 일이다. 술잔에 배꽃이 떨어지면 이화주(梨花酒) 요, 술잔에 달 잠기면 명월주(明月酒)라 할 것이다.
배꽃 / 경기도 파주시 서패리 심학산 아래 돌곶이마을 (20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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