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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풀,들꽃

할미꽃 /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향곡[鄕谷] 2011. 5. 26. 23:02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어릴 때 부르던 동요에 '뒷동산에 할미꽃 호호백발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산소 부근에서 할미꽃이 핀 것을 많이 보면서 할머니 넋이 그곳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전설대로 할머니가 끼니가 없어 지낸다는 것을 시집간손녀가 알면 누가 될까 봐, 사람들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양이다. 꽃대가 굽은 것은 꽃대 끝에 종모양 꽃이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허리가 굽어 할미꽃이요, 꽃이 지고 난 다음에 수술이 백발처럼 날려 할미꽃이다. 백두옹이란 별명이 그래서 생겼다. 

 

할미꽃은 메마른 땅에 뿌리를 박고 산다. 할미꽃은 회분(灰分)이 많은 땅을 좋아한다. 산소를 쓸 때 회를 쓴다. 할미꽃이 산소 부근에 사는 이유도 그를 짐작케 한다. 종모양 꽃은 여섯 장의 꽃받침이고 꽃잎은 없다. 겉은 솜털 같은 흰털이 소복하고 안은 적자색으로 짙다. 꽃받침이 떨어질 즈음 떨어진 자리에 꽃대가 하늘로 길게 자란다. 붉은 기운을 띤 은발이 반짝이며 갈기를 휘날린다. 열매에 깃털은 씨앗을 매달아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지게 한다. 꽃이 필 때는 꽃대가 10㎝ 정도로 한 뼘이 조금 안 되지만, 수정한 다음에는 50㎝ 정도까지 자란다. 키를 높여 꽃씨를 멀리 보내기 위해서다. 

 

아버지 산소에 할미꽃이 여러 송이 피었다. 산소에 풀을 매면서 할머니꽃은 그냥 두었다. 어릴 때 우리 아이들이 옮겨가자고 했는데, 들꽃은 옮기는 것이 아니라 두고 보는 것이라 하였다. 캐다 심으면 잘 살지 못하는 것은 긴 뿌리는 다치기 쉽고, 다른 식물에 견주어 잘 썩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할미꽃꽃과 뿌리에 독이 있어 어른들이 만지지 못하게 하였다. 공해나 농약에는 약하지만 독성이 강해 꽃을 만진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독이 오를 수 있다.  6월에 산소에 갔더니 할미꽃이 하얗게 머리가 다 쉬었다. 호호백발이 되어 떠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삶터는 어디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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