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가 사는 법
사람은 사람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식물은 식물대로 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식물이 무슨 살아가는 방법이 있는냐고 할런지 모르지만 사는 방법을 알고나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이한 냄새를 피우는 생강나무나 오동나무나 누리장나무는 벌레를 물리치려는 것이고, 단풍나무가 한겨울에도 끝까지 잎을 떨꾸지 않는 것은 어린 눈을 지키려는 애절한 몸부림이고, 자귀나무가 열매를 딸그락거리며 소리 내는 것은 새들을 유혹하여 자손을 퍼뜨리고 살아가기 위한 눈물겨운 방편이다.
담쟁이는 담을 타는 기술 하나로만 담쟁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 아니다. 땅 바닥에서 올라오는 담쟁이 잎을 보면 세 잎이 올라오는 모습이 앙증맞다. 무엇이 있으면 붙잡고 올라가는 속도도 빠르지만 일단 그 무엇을 붙들고 나면 그 다음엔 잎이 두 개로 된다. 햇빛이 아래로 내려 가는데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한 가슴 절절한 배려다. 그것만이 아니다. 나중에 잎이 질 무렵에는 잎을 미리 떨구고 잎자루를 나중에 보내며, 바위 곁에 사는 담쟁이는 바위 위로 끝까지 올라가 열매를 바위 위에 놓아 새들이 나르게 하여 후손을 만들도록 한다. 얼마나 애절한가.
바위로 오르는 담쟁이 / 인천 강화군 석모도에서 (201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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