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생명의 꽃, 향수의 꽃
소설가 박완서 씨가 러시아에 갔다가 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고, 시인 이해인수녀가 생각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해인의 시집 「민들레의 영토」 발간 30년을 축하해 주기 위한 편지였다. 태초부터 좁은 영토에서 고독의 진주를 캐며 피는 (이해인의 시 「민들레의 영토」에서 인용) 민들레는 추운 지방에서도 잘 크는 여러해살이 풀로,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이요, 들길이나 사람 사는 부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향수가 묻어나는 꽃이다.
민들레는 길가에서 키 낮은 풀과 같이 자라며, 키 큰 풀에는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없다. 천상 민들레의 영토는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다. 원줄기는 없고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갈퀴가 있어 영어이름은 '사자의 이빨'이다. 생긴 모습으로 보면 표현이 거칠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봐서는 수긍 할만하다.
민들레는 풀잎 숫자만큼 꽃대가 나오고 그것도 차례로 피어나서 예(禮)가 있다고 칭송한다. 잎을 자르면 하얀 액이 나와 옛사람들은 손등에 사마귀가 생길 때 발랐는데, 식용과 약용으로 쓰임새가 많아서 그러한지, 신이 맡겨 놓은 풀이란 의미로 꽃말도 신탁(神託)이다. 호기심에길가에 피어 있는 민들레를 들춰서 보면 꽃받침 끝이 위로 뻗은 우리민들레 보다는 꽃받침 끝이 아래로 쳐저 있는 서양민들레가 많다.
민들레는 5월이면 꽃이 지고 나래를 펴서 날아갈 채비를 한다. 멀리 시집가기 위해 단장을 한 그 모습이 아름답다. 떠나야 하는 것은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나래가 젖기 전에 떠나야 한다. 바람 타고 훨훨 날아 뿌리내려 꿋꿋이 사는 모습은 대견하다. 사람도 그러하다. 굳굳하게 사는 모습이 아무래도 좋다.
민들레 / 한강 잠실지구 (2012.4)
민들레 /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 (2012.5.12)
민들레 / 불무산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야미리. 2008.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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