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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나무

오동나무 / 오동잎 지는 소리에 가을은 깊어가고

향곡[鄕谷] 2014. 10. 12. 20:19

 

 

 

오동나무

오동잎 지는 소리에 가을은 깊어가

 

 

 

창 밖에 오동잎이 달빛에 어른거리고 바람 불어 서걱거리는 가을밤은 깊다. 며칠 뒤면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다. 가을 서리가 내릴 때 바람 불어 커다란 잎이 땅바닥에 툭 떨어지며 바닥을 치면, 잎 넓이 만큼 소리도 커서 마당을 울린다. 털보가수 김도향이 부른 시원한 노래,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잣더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었다 안 오시뇨'를 듣고 싶다. 오동나무는 봉황새의 전설이 있어 신비로움이 있다. 오동나무 밑을 지나다가 혹시 나무 위에 그 새가 있을까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오동나무의 우리 옛말은 머귀나무인데, 오동(梧桐)나무는 그냥 오동이라기도 한다. 한자로 풀어보면, 오(梧)는 나무 껍질이 푸른 벽오동(碧梧桐)이고, 동(桐)은 나무껍질이 흰 백동(白桐)이다. 총칭하여 오동나무라 한다. 벽오동은 우아한 선비를 상징하여 서재 부근에 심었다는데, 봉황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얘기도 있다.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가 시집갈 때 베어서 농을 짜준다는 얘기도 있다. 그 만큼 나무 재질도 좋고 벌레도 없어서 악기 제조에도 쓰고 뒷간에 오동나무잎 몇 장을 넣어두기도 하였다.

 

여름에 오동잎이나 파초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유난히 크다. 언젠가 청계산으로 하산할 즈음 친구가 일하는 농원 부근 오동나무 밑에서 비를 맞았는데, 잎 위로 투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에 청량감을 느꼈다. 계절이 여름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여름은 그 넓은 잎으로 하늘을 가리지만, 가을은 큰 잎이 떨어진 빈자리도 크고, 그 큰 잎이 투욱 툭 떨어지는 모습에 쓸쓸함을 더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오동나무 / 청계산 (경기 성남. 2013년)

 

 

 

 

오동나무 / 남한산성 (2014.5.10)

 

 

 

 

오동나무 / 서울 종로구 구기동 (2009.6.7)

 

 

 

 

오동나무 / 화야산 (2014.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