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간주나무
못 생겨도 속은 단단하다
측백나무과
개화 4~5월
결실 10~12월
산에 오르다가 보면 푸석한 흙길에서 메마른 줄기에 거친 바늘잎을 하고 있는 나무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한테 관심도 끌지 못하는 나무다. 노간주나무가 그것인데, 다른 나무와 경쟁을 하는 것도 아름다움을 뽐내지도 않는 나무다. 잎은 뾰족한데 그리 멋스러운 것도 아니다. 줄기는 거칠어 황량하기까지 하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도 살아가는 억척스러운 나무인데, 나뭇잎이 너무 거칠어 초식동물들은 이 나무에 입도 대지 않는다.
측백나무과인 노간주나무는 '늙은 가지를 가진 나무'란 뜻인 노가지나무가 변해서 노간주나무가 되었다. 거친 껍질을 살살 벗겨 보면 속은 반질반질하고 탄력이 있다. 또한 잘 썩지도 않는다. 그래서 지팡이나 소의 코뚜레, 농기구 재료로 썼다. 송아지의 코뚜레로 썼으니 우공(牛公)들이 저주할 나무이다. 설피를 만드는 데도 썼는데 잘 휘고도 단단하기 때문에 쓴 것이다. 볼기짝을 치던 형벌인 장형(杖刑)의 도구나 회초리로 노간주나무를 썼다는데, 너무 세어서 사람을 다치게 한다고 쓰지 못하게 했다는 얘기가 있다.
술 종류인 진(Gin)은 노간주나무(Juniper) 열매를 짠 향긋한 즙을 증류시켜 만든 것이다. 단맛을 없애 드라이진(Dry Gin)을 만들었고, 나중에는 진토닉, 마티니, 핑크레이디 같은 칵테일 원액으로 발전하였다. 예전에 정월대보름에 앞산에서 쥐불놀이 할 때 마른 가지에 불이 확 붙어 깜짝 놀란 나무가 노간주나무였다. 쓰임새가 많은 나무인데도 생김새가 못 생겨 사람들은 눈길도 안 준다. 못 생겨도 속은 단단하니 한번 더 보고 갈 나무다.
노간주나무 / 예빈산 (남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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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간주나무 / 청계산(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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