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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사슴벌레 / 큰 턱을 가진 싸움꾼

향곡[鄕谷] 2018. 8. 16. 10:31

 

 

 

 

사슴벌레 

  큰 턱을 가진 싸움꾼

 

 

 

사슴벌레 /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사나사계곡 (2018.8.15)

 

 

 

 

 

어릴 적에 곤충을 잡아서 놀던 일이 있었다. 잠자리 꽁지에 실이나 풀을 매달아서 날리고, 방아깨비 뒷다리를 잡고 엉덩방아를 찧게 하고, 메뚜기를 잡아 통에 넣고서 뛰어서 나올 수 있나 보기도 하고, 땅강아지를 쫓아가 흙을 파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개미 가는 길에 먹이를 놓고서 그것을 어디로 옮기나 구경도 하고, 올챙이를 잡아 손에 놓고 오물오물 헤엄치는 것을 고, 풀밭에서 잡은 반딧불이를 손에 넣고서 불을 밝히나 들여다 보기도 했다. 산에 갔다가 사슴벌레를 잡아 와서 싸움을 시키는 일도 있었다.

 

양평 사나사계곡에 갔다가 사슴벌레를 보았다. 사슴벌레만이 아니라 뱀이 스멀스멀 기어 다니고, 잠자리가 물 위를 스쳐 날고, 귀뚜라미가 나오고, 나비가 날아다녔다. 뱀은 햇볕에 습기를 말리려고 나왔을 것이고, 잠자리는 물 위를 스치며 알을 낳고, 귀뚜라미는 잡식성이니 먹이가 풍부한 숲으로 먹이를 찾아 나섰을 것이고, 나비는 길바닥에 앉아 염분을 먹는 것일 터이다. 사람만 숲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곤충들도 필요해서 숲에 나들이 나온 것이다.

 

사슴벌레는 참나무 부근에 많다. 큰 턱을 가진 사슴벌레 숫놈은 겁나는 게 없다. 흑갈색 몸은 광택이 나고 사슴뿔처럼 생긴 무기로 상대를 물리쳐 암놈을 차지한다. 큰 턱 길이는 2㎝는 되어 어릴 적 손가락 집어 넣었다가 혼난 적이 있어 감히 그럴 생각은 못했다. 어미 벌레가 되는데 2~4년은 되어야 하니, 이 놈도 2년은 지났을 것이다. 사슴벌레를 산에서 구경한 일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만큼 귀한 곤충이 되었다. 우리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곤충들을 주변에서 보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우리가 자연에 다가서지 못한 일도 있겠고, 자연환경이 변하고 나빠진 원인도 있을 것이다.

 

 

 

 

사슴벌레 /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사나사계곡 (2018.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