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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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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나무기둥 절집 / 굽어서 아름다운 기둥

향곡[鄕谷] 2018. 9. 21. 11:28

 

 

 

굽은 나무기둥 절집

굽어서 아름다운 기둥

 - 서산 개심사, 안성 청룡사, 부안 내소사

 

 

 

우리 속담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곧은 나무를 재목으로 쓰기 위해 다 베어서 쓰고 나니,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는 나무가 되었다. 굽은 나무는 자라면서 하늘 구경도 하고 땅 구경도 하고 여유가 생겨 아름답다. 절집에서 굽은 나무를 기둥으로 쓴 절집이 있다. 곧은 나무를 구할 수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자연스러운 조화를 받아들인 여유가 있었기에 썼을 것이다.

 

 

 

 

○ 서산 개심사(開心寺) 심검당

  

 

 

 

 

서산 개심사는 마음을 여는 절집이다. 허리 굽은 기둥으로 집을 짓고 심검당(尋劍堂)이란 현판을 달아 종무소와 요사채로 쓰고 있다. 이 건물은 조선 초기에 지은 절집으로 개심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왕벚꽃을 보러 개심사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절집을 보러 가는 사람도 있다. 절집에 가서 여유 있는 기둥을 보면 마음도 열릴 것 같다.

 

 

 

 

○ 안성 청룡사(靑龍寺) 대웅전

 

 

 

 

조선 팔도를 기예로 주름잡다가 요절한 바우덕이의 묘가 자신의 터전인 청룡사 옆에 있다. 서운산 올라갔다가 하산길에 들러야 할 곳이 청룡사 절 구경이다. 자연미 넘치는 기둥이 그 구경거리다. 꽃이 피면 꽃구경하고, 뎅그랑뎅그랑 풍경소리 산 넘어 울려 퍼지면 봄날이 더 아름다운 산사이다.

 

 

 

○ 부안 내소사(來蘇寺) 요사채

 

 

 

 

당산나무를 지나 일주문을 들어서면 전나무 맑은 향이 온몸으로 들어오는 내소사 숲길이다. 내변산 가는 길은 숲길이 아름답지만, 내소사 절집은 수수해서 아름답다. 봉래루 누각을 지나서 꽃문살이 아름다운 대웅전을 구경하느라 눈이 팔릴 수밖에 없지만, 바로 옆 요사채 굽은 기둥도 수수해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