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만난 목련(木蓮)
목련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0.3.27)
뒷산에 올랐다가 목련을 보았다. 그제 산길을 지나다가 숲에서 희끗희끗 보이는 꽃이 목련이었다. 다음날, 그다음 날까지 찾아갔다. 산에서도 목련이 자라지만 보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백목련은 꽃 조각이 9개이고 적당히 펼쳐진 후 뒤로 젖혀지지는 않는데, 목련은 꽃 조각이 6개이고 춤을 추듯 자연스럽게 젖혀진다.
목련은 원시식물이다. 1억 4천만 년 전 활엽수종인 피자식물이 번성을 시작할 때 화석에 나온 식물이 목련이니 말이다. 꽃 중에서는 살아있는 화석이 목련이다. 원시적 활엽수종 식물은 꽃잎, 수술, 암술이 뚝뚝 떨어진 것이 특징인데, 목련이 대표적이다. 산에서 목련을 만난 것은 산에서 산신령을 만난 것처럼 귀한 만남이다.
겨울바람이 물러서자 흰 날개를 펼친 목련은 여왕의 왕림이다. 큰 날개를 넓게 펼쳐서 나뭇가지에 앉은 모습은 마치 백로가 앉은 것처럼 희다. 나무에 달린 연꽃처럼 생겨 목련(木蓮)이요, 꽃봉오리 모양이 붓을 닮아 꽃에 글의 뜻이 있다고 보아 목필(木筆)이요, 꽃이 옥돌처럼 고와 옥수(玉樹) 요, 향은 난처럼 좋아 옥란(玉蘭)이요 목란(木蘭)이다. 모두 곱고도 향기로운 이름을 받았다.
목련은 이른 봄에 피기에 반가운 마음은 들지만 봄바람에 쉬 지니 아쉬운 꽃이다. 봄바람은 꽃이 지기를 재촉하니 목련꽃을 만나는 일은 순간의 아름다움이다. 목련꽃은 종자가 콩같이 생겼는데, 이것이 땅에 떨어질 때면 실 같은 것에 매달려 있다. 바람이 불면 그 실이 떨어진다. 일찍 꽃을 피운 것은 봄바람에 일찍 종자를 보내려고 그랬던 것 같다. 이 실을 종사(種絲)라 하는데, 세상과 연결하는 줄이다. 어미의 탯줄과 같다. 매달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끊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