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섬 여행 ⑬
가거도 독실산 (639m)
우리나라 남서쪽 가장 멀리 있는 섬산 ①
독실산 삼거리-독실산 정상-가거도 등대-신선봉-항리(2구)-섬등반도 (5시간)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 (2020.7.15)
가거도는 우리나라에서 남서쪽으로 가장 멀리 있는 섬이다. 육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섬을 절해고도(絶海孤島)라 하는데, 가거도는 그러한 표현에 맞는 멀고도 먼 섬이다. 목포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출항하는 쾌속선을 탔다. 6월에는 비가 내려 흑산도 산행을 끝으로 가거도로 가는 일정을 미루었는데, 이번에도 이틀간 비바람이 불어 배가 다니지 못하여서 사람이 많다. 대부분 낚시꾼들이다. 지금이 여름철 낚시가 한철인 모양이다. 가거도는 여름에는 태풍이 오는 길목이고, 겨울에는 북서풍을 맞아야 하늬바람과 뗄 수 없는 곳이다. 고기가 올라오는 길목이어서 어장으로도 중요한 위치이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145㎞인데, 뱃길로는 233㎞로 쾌속선으로 4시간 걸린다. 시속 60㎞로 물 위를 달리는 속도가 빠르다. 전날 바람이 남아서인지 배가 아래위로 흔들리더니 비금도를 지나 큰바다로 나서자 배는 더 움직이고, 섬이 안 보이는 망망대해에서는 움직임이 더 커져 가벼운 뱃멀미가 난다. 멀미는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달팽이관 부조화에 의한 감각 불일치로 생기는 것이라 자세를 편안히 하고 눈을 감고 있으니 덜하다. 4시간 만에 동경 125.07도 북위 34.04도 우리나라 최서남단 국토 가거도에 도착하였다. 아주 작은 섬인 줄 알았더니 면적이 9㎢나 되는 생각보다는 큰 섬이다.
숙소에서 짐 정리를 하고 독실산으로 향했다. 독실산 직전 삼거리 부근까지 5㎞ 시멘트길은 숙소 트럭을 이용하였다. 그런 이용자가 많은지 식당 안내판에 이동 요금을 적어 놓았다. 섬산은 풀잎 크기가 대체로 크다. 큰쐐기풀, 큰천남성, 물봉선, 산수국 잎이 모두 크다. 안개가 잦고 습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을 지나 등대 방향으로 내려서니 이끼가 가득한 산속이다. 바위며 나무며 온통 이끼이다. 적막한 신비의 숲터널을 걸었다. 원래가 습한 곳인 데다 비가 내린 후라 바닥은 미끌하고, 콩짜개덩굴 등 덩굴식물은 바위와 나무를 휘감고 이끼까지 많으니 별천지이다. 습한 곳이라 민달팽이가 곳곳에 붙어 있다. 하산길은 돌길이 있고 미끌한 데다 사람들이 거의 안 다닌 길이라 만만치 않다. 등대까지 와서 따끔거려 살펴보았더니 서너 군데씩 산거머리에 뜯기고 아직도 붙어 있는 것도 있다. 양말 속에 바지를 넣고 걸었는데, 팔뚝과 배에도 들어와 있으니 동작도 빠르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났을 것이다.
가거도 등대에 도착하였다. 1907년에 세운 등대로 백 년 등대라 부른다. 주변에는 패총 흔적도 있어 가거도에 사람들이 산 지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 섬은 유배지 기도 하지만, 삶에서 스스로 떠나는 피난처이기도 했다. 고대인들은 바다 가운데 섬을 신선이 사는 곳이라 생각했다. 아마도 동경의 땅이 어딘가 있으리라 생각하였을 것이다. 가거도(可居島)는 '가히 살만한 땅'이라 붙은 이름인데, 이상향의 다른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 먼 땅에도 사람들이 살았을 것이다. 등대에서 신선봉까지 걷는 길은 다시 내려온 만큼 허걱 대며 오르는 길이다. 허걱 대며 오른 보람을 조망으로 만회할만한 곳이다.
신선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풀이 덮여 바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염소들이 바위 사이로 다니고, 쉬려고 두리번거리는데 소들이 잽싸게 산 위로 내달린다. 그렇게 동작이 빠른 소는 처음 보았다. 기르던 소를 놓쳐 야생소가 되었다고 한다. 30여 마리로 추정하는데, 명절에 쓰기 위해 같이 잡으러 나서기도 한다고 한다. 독실산(犢實山)이 '송아지 열매'란 뜻으로 내력을 알 수 없다고 하는데, 소가 터를 잡고 살 곳이 될 것이라는 예언적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였다. 신선봉에서 내려와 항리에 있는 섬등반도로 갔다. 반도처럼 길어서 붙은 이름일 것이다. 높고 툭 튀어나와서 조망도 좋고, 식물은 갯강활, 한련초, 뱀차즈기, 층층잔대 등이 있다. 이곳서 일몰을 보고 싶었지만 돌아갈 시간이 늦어 길을 재촉하였다.
※ 가거도 배편 : 목포항 08:10 출항 - 12:10 가거도항 도착
'섬으로 간다 > 섬 섬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재도 큰산, 물세이산 / 뱃길로 가는 가장 먼 섬산 ① (0) | 2020.07.25 |
---|---|
가거도 회룡산 / 우리나라 남서쪽 가장 멀리 있는 섬산 ② (0) | 2020.07.22 |
장도습지 / 장도에 있는 람사르 지정 산지습지 (0) | 2020.06.22 |
흑산도 칠락산 / 검푸른 산, 검푸른 섬 (0) | 2020.06.18 |
흑산도 이야기 (0) | 2020.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