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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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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칠락산 / 검푸른 산, 검푸른 섬

향곡[鄕谷] 2020. 6. 18. 16:50

 

신안 섬 여행 ⑨

 

흑산도 칠락산(271.8m)

검푸른 산, 검푸른 섬

 

흑산도항 여객선터미널-샘골-칠락산-반달봉 삼거리-마리재

이동거리 6㎞. 소요시간 3:55

전남 신안군 흑산면 (2020.6.9)

 

 

 

배를 타고 흑산도로 들어서면 흑산도항 뒤편으로 보이는 산이 칠락산이다. 흑산도에서 산행할 수 있는 대표 산행지이다. 산길은 남으로 예리와 진리를 내려다보며 걷는다. 예리는 산줄기와 바다가 만나는 목인 예리항이 있는 곳이고, 진리는 흑산도의 중심인 흑산진이 있었다 하여 얻은 이름이다. 능선에 오르면 앞은 바다요 뒤는 흑산도에서 제일 높은 문암산을 병풍으로 삼아 조망이 좋고 편안하다. 예리항에서 자산문화도서관 옆으로 난 흑산도 일주도로를 따라 15분 걸어가면 산 들목인 샘골 안내판이 나온다.

 

해당화와 인동꽃이 한창 핀 초여름이다. 도로는 인도가 따로 없지만 다니는 차는 거의 없다. 산길에 올라서면 온통 반짝이는 짙은 잎을 가진 난대수종이다. 광나무, 동백나무, 후박나무에다가 바닥엔 마삭줄이 윤기를 낸다. 가죽질 잎사귀에 윤기가 흐르는 것은 강한 햇살을 막는 것도 있고, 바다 바람이 싣고 온 소금기를 막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물론 기후가 맞지 않고 토양이 척박하면 잎이 마르거나 윤기가 없을 테지만, 이곳 식물들은 기름을 칠해 놓은 듯 반짝인다.   

 

섬에 있는 식물들은 나무도 크지만 잎도 육지에 비해 크고 넓다. 청미래덩굴 잎 하나는 큰 떡 하나를 쌀 수 있을 정도다. 독초인 천남성 꽃도 엄청 크고, 능선상에 연이어 있는 다정큼나무는 잎이 다정스레 모여서 얻은 이름처럼 꽃도 복스럽다. 칠락산은 봉우리가 7개라서 칠봉이란 별명이 있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러한 일반적인 이름보다는 칠락(七樂)으로 정하였다. 사람살이 칠정(七情)에 빗대어 일곱 가지 즐거움을 노래하려 했던 것이다. 

 

하나의 봉우리를 오르려면 바윗길을 한 단계 올라야 하고, 그 길을 오르면 넓은 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산빛은 짙어진다. 상록림이 짙은 산과 짙은 바다가 검푸르러 흑산이다. 손암 정약전이 유배 온 사리(沙里. 모래미)는 문암산 뒤편 외진 곳에 있다. 그는 자산어보(玆山魚譜) 서문에 흑산(黑山)이란 이름은 어둡고 처량하고 매우 두려운 느낌을 주는 것이므로 집안사람들에게 흑산 대신에 자산(玆山)을 쓰게 하였다. 자(玆)는 흑(黑)과 같은 뜻이라 하며, 자산이란 이름의 유래를 밝혔다.

 

문암산 갈림길에서 깃대봉으로 가면 내려가는 길이 있다고 하나, 수풀은 우거지고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서 초행길로는 어려운 길이다. 우리는 계획대로 마리재로 발길을 돌렸다. 하산길은 순하다. 비금도나 홍도에 비해 섬이 넓고 산이 깊어 식생도 다양하다. 감탕나무, 녹나무, 말오줌때 등도 있고, 이름도 찾지 못한 수종도 있지만. 흑산도비비추와 상록 식물인 호자덩굴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누렸다. 흑산도에 오면 꼭 한 번은 걸어야 할 아름다운 산길이다. 

 

 

 

예리항

 

마삭줄

 

천남성

 

칠락산

 

칠락산에서 걸어가야 할 봉우리들

 

영산도

 

흑산도에서 제일 높은 문암산, 군 기지가 있어 오르지 못한다

 

예리항. 바깥에 섬은 대둔도(우)와 다물도(좌)이다

 

문암산 줄기

 

바위 능선길

 

다정큼나무 뒤로 보이는 문암산

 

흑산도비비추

 

걸어온 산길

 

대장도(좌), 소장도(우) 홍도(뒤)

 

문암산

 

칠락산 동편인 천촌

 

대장도와 소장도(앞) 뒤에 홍도가 멀리 보인다

 

상록식물인 호자덩굴

 

소장도(좌)와 대망덕도(우)가 보이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