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섬 여행 ⑧
흑산도 이야기
산과 바다가 검푸르러 흑산. 홍어, 유배지 그리고 ...
전남 신안군 흑산면 (2020.6.8-9)
비금도에서 홍도를 거쳐 흑산도로 갔다. 산과 바다가 푸르러 멀리서 보면 검어서 흑산(黑山)이라 한다. 산은 상록 나무가 많아 검푸르고, 바다는 맑은 물이 짙어 검푸르다. 짐을 푼 곳은 흑산도 초입 예리항의 '예리'다. 흑산항이 있는 예리는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예리는 흑산도에서 새의 입에 해당하는 곳이라 모든 것을 끌어들인다는 뜻이 있다. 산줄기가 바다를 끌어들여 예리다. 차를 대절하여 흑산도 일주도로 26㎞를 돌고, 그다음 날은 정약전 유배지와 홍도 일몰을 보기로 하고 움직였다.
예리를 떠나 상라산성을 보고 열두 굽이길을 오르면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있고, 그 너머에 멀리는 홍도, 가까이는 장도가 길게 늘어섰다. 장도는 우리나라가 람사르협약에 세 번째로 등재한 습지가 있는 생태계 보고다. 마리에 있는 한반도 지도바위 너머로 보이는 망망대해가 끝도 없다. 흑산도에서 제일 높은 문암산(405m) 아래로 난 하늘도로를 지나 모퉁이를 돌면 한자 이름은 심리(深里)인데, 우리 이름은 지푸미 이다. 흑산도에서도 멀리 떨어진 깊은 곳이다.
지푸미에서 구불구불 한다령을 더 넘어가면 손암 정약전이 유배 온 사리(沙里.모래미)다. 흑산도에 유배 온 사람 37명 이름이 유배공원에 남아 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 절해고도(絶海孤島)는 고립된 곳이고 인간세상과 떨어져 귀양처로 썼다. 손암 정약전은 다산 정약용의 형으로 사학죄인으로 15년간 이곳에 유배되어 어류에 관한 책인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지었다. 227종의 바다 물고기가 공부 대상이었다. 후학 양성을 위해 세운 사촌서당과 작은 성당인 흑산성당 사리공소도 마을에 있다. 조금 더 가면 천촌엔 병자수호조약 반대 상소로 유배 온 면암 최익현의 유허비가 있다. 모두 외진 곳이고, 당시 유배란 죽음의 전 단계로 한계 상황이었다. 정약전은 우이도에서, 최익현은 일본에 잡혀가 생을 마쳤다.
면암 유허비가 있는 천촌(여티미)에서 고개를 올라서면 바다 쪽으로 영산도가 보인다. 조용하고 깨끗한 명품섬마을인 이곳은 홍어와 연관이 있다. 홍어는 흑산도에서 잡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고려말 왜구가 자주 쳐들어와 섬을 비우는 공도정책이 있었다. 영산도 사람들은 나주까지 이동하게 되었는데, 그들이 옮겨 살던 곳이 나주 영산포가 되었고, 흑산도에서 배로 보름이 걸리는 영산포까지 가는 거리에 삭힌 홍어가 등장한 것이다. 마치 안동 간고등어가 영덕에서 수레로 안동까지 갈 때 소금을 쳐서 생겨난 것과 같다. 여름은 홍어 금어기라서 홍어회는 먹을 수 없어서 홍어 내장인 홍어애탕으로 대신한다.
홍도 일몰을 보러 상라산으로 갔다. 해가 질 무렵이면 홍도가 붉게 물들어 홍도라 한다는 그 홍도가 보고 싶었다. 바다 가까이 구름이 있어 그 소망은 이룰 수 없었다. 자연은 날마다 지니는 풍경이 따로 있다. 날마다 좋으면 어디 그게 자연이겠는가. 자연은 날마다 다른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난다.
※ 택시 대절 : 2시간. 6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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