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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북극 한파에 캐나다거위가 날아갔다

향곡[鄕谷] 2024. 2. 12. 10:41

 

북극 한파에 캐나다거위가 날아갔다

-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호수에서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은 미국 중동부 시카고에서 승용차를 타고 남쪽으로 2시간 반 가량 가는 곳이다. 위도가 북위 40.3도인 이곳 겨울 날씨는 습윤 대륙성기후 영향을 받아 바람이 불면 스산하다. 우리나라가 겨울 추위를 겪을 때 시베리아 바람이 불어 춥다고 하는데, 이곳은 미시간호 바람이 불어서 춥다고 말한다. 

 

호수에는 캐나다거위 2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보통 거위는 집에서 사육을 하는데, 캐나다거위는 야생이고 텃새이다. 호수가 비좁을 정도로 몸집이 커서 키는 40㎝, 몸길이는 1m나 된다. 부근 습지 셀러리 보그에서는 캐나다거위가 안 보인다. 남획을 하고, 알을 가져가고, 서식지가 마땅찮아 그렇다고 한다. 캐나다거위는 십여 마리 정도가 조를 이루어 V자 대형으로 하늘을 날며 들락거린다. 어릴 때나 6~7월에 털갈이를 할 때는 날지 않는다. 우리나라 거위처럼 사람에게 달려들지는 않는다. 사람이 다가서면 천천히 움직이며 피한다. 캐나다거위는 부근에 있는 풀을 먹고 길바닥에 새똥을 많이 남긴다. 새똥은 비가 오면 빗물에 씻겨나가고, 맑은 날이면 말라서 흩어져 금세 흔적이 없어진다.

 

2024년 1월 중순, 미국 동북부와 중서부 지역에 북극 한파로 겨울 폭풍을 동반한 혹한이 몰아쳤다. 뉴스에 따르면 미국 본토에서 1주일 사이에 83명이 추위에 목숨을 잃었다. 최저 영하 35℃까지 (체감기온 -50℃) 내려간 맹추위였다. 1월 14일 웨스트라파엣 아침기온이 영하 22℃ (체감기온 -41℃)였다. 장갑을 벗으면 손이 얼 정도로 맵찼다. 뜨거운 물을 그릇에 담아 공중에 뿌렸더니 바람에 흩어지며 금방 얼었다. 몸을 단단히 감싸고 호수로 가보았다. 캐나다거위들이 얼어붙은 호수에서 꼼짝도 않는다. 북풍한설 몰아치니 집 귀한 줄 알까. 가까이 다가서니 그제야 소리를 높여 경계의 목소리를 낸다. 다음날 호수로 나갔더니 캐나다거위가 모두 없어졌다. 얼음 위에서 꼼짝도 않기에 역시 거위는 추위를 모른다고 했는데, 이런 한파는 피하는 것이 최고이다. 

 

2024년 1.14 1.15 1.16 1.19 1.20 1.21
기온 (℃) -21.7 -22.8 -17.8 -11.1 -17.2 -21.1
풍속 (km/h) 37.0 7.4 18.5 18.5 13.0 0
체감기온(℃) -40.8 -24.1 -26.2 -21.1 -23.6 -16.2

* 측정 장소, 시간 :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해당일 8시 내외

 

 

혹한은 일주일 가량 계속되었다. 날아간 캐나다거위는 며칠째 돌아올 줄 몰랐다. 혹한이 풀리고 기온이 올라가니 안개가 호수 주변을 덮었다.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자 캐나다거위는 열흘 만에 나타나 얼음 위를 거닐었다. 캐나다거위는 풀을 먹고 많이 먹지 않는다. 많이 먹어 몸이 뚱뚱해지면 어찌 날아다니겠는가. 평소 몸관리를 하였기에 얼어 죽지 않고 날 수 있다. 참으로 지혜로운 새이다. 지난 1월 중순은 아주 추웠다. 비람이 맵차서 얼굴을 내놓고 밖에서 걸을 수가 없었다. 한파는 지구온난화가 주된 요인이라 말한다. 화석연료를 쓰고 온실가스를 방출한 결과이다. 자연의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셀러리보그 안내센터에 있는 캐나다거위 설명판

 

2023.12.26

 

2024.1.5

 

 

2024.1.5

 

2014.1.5

 

캐나다거위 똥

 

2024.1.6

 

2024.1.14

 

2024.1.14

 

2024.1.15

 

2024.1.16

 

2024.1.18

 

2024.1.21

 

2024.1.23

 

2024.1.24 캐나다거위 돌아온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