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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셀러리 보그 /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있는 습지

향곡[鄕谷] 2024. 2. 9. 10:23

셀러리 보그 (Celery Bog)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라피엣에 있는 습지

 

 

 

 

 

 

미국 중동부 시카고에서 남동쪽으로 167㎞ 내려가면 인디애나주에 작은 도시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이 있다. 웨스트라피엣은 세계 유수의 명문대 퍼듀대학교가 있는 곳이다. 여러 분야에서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연구중심 대학이다. 항공학은 세계 최초로 생겨, 아폴로호를 타고 달에 처음 착륙한 우주비행사인 닐 암스트롱 등 많은 항공 전문가를 배출하고 미국항공산업을 이끌고 있다. 시카고에서 이곳까지 가는 동안 산이라고는 구경할 수 없고, 넓은 옥수수밭이 대부분이다. 웨스트라피엣은 와비쉬강을 사이에 두고 라피엣과 마주 보고 있다. 캠퍼스 안은 활기차지만 학교 밖 주거지는 한적하고 대부분 단층 나무집이다.

 

대학도시 웨스트라피엣 북서쪽에는 자연습지 셀러리 보그 (Celery Bog Nature Area)가 있다. 이 도시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휴식 공간이다. 14,000 ~ 16,000 년 전 빙하였던 이곳은 빙하퇴적호를 거쳐 6,500년 전에는 토탄층이 쌓인 늪이었다. 늪에 물이 빠지고 생긴 유기물층에 1920년부터 40여년을 셀러리를 생산하는 농토로 썼다. 셀러리 농산물은 긴 성장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날씨가 고르지 못하고, 그러다가 배수가 막히고 물이 다시 들며 습지로 되었다. 보그(Bog)는 토탄이 축적된 젖은 땅이요 식물이 퇴적한 습지란 의미이다. 그래서 땅이 지닌 유래를 살려서 셀러리 보그라 이름을 짓고 습지로 활용하고 있다.

 

셀러리 보그 늪에는 철새들이 온다는데 볼 수는 없었다. 관리사무실인 릴리센터 뒷 마당에 뿌려 놓은 모이를 먹으러 다람쥐와 새들이 모인다. 늪 부근 땅에는 자연스럽게 자란 나무들이 있다. 쓰러진 나무가 상당히 많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나무인 서어나무와 비슷한 미국서어나무(American Hornbeam)나 미국플라타너스(American Sycamore)는 나무껍질이 특이하여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목질이 검은 흑호두나무(Black Walnut), 잎이 조금 남아 있는 사탕단풍나무(Sugar Maple)나 히코리(Shagbark Hickory), 팽나무(Hackberry)는 드문드문 있고, 서양벚나무(Black Cherry), 미루나무(Eastern Cottonwood), 루브라참나무(Northern Red Oak)는 여럿 볼 수 있다. 다녀간 사이에도 쓰러져 길을 막고 있는 나무가 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관리하고 있는 숲이다.  

 

숲 사이에는 밖으로 가는 길이 있고, 그 길 밖으로 숲과 풀밭이 또 이어진다. 그곳에서 겨울에 모습이 남아 있는 풀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물가에서 농사를 짓고 물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아 생계로 삼았다. 사람도 생태의 일부로 살았던 것이다. 그 생태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 자연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그대로 두는 것이 자연과 같이 사는 모습이다. 오랜 세월 지속한 자연을 허물고 막아서는 것은 더욱 아니다. 셀러리 보그는 자연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자연과 순리대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미루나무

 

 

 

 

 

 

 

 

 

 

 

 

 

루브라참나무. 단풍이 붉고 심재가 붉어 Red Oak라 부른다.

 

릴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