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55
설악산 봉정암 가는 길
부처님은 만나고 가십니까?
백담사 - 영시암 - 수렴동대피소 - 쌍룡폭포 - 봉정암 (왕복)
첫날 이동거리 14.3㎞. 이동시간 5:42. 휴식 1:34. 계 7:16 (2026.5.24)
다음날 이동거리 12,5㎞. 이동시간 4:27. 휴식 0:44, 계 5:11 (2026.5:25)

설악산 봉정암에 가려고 아내와 꼭두새벽에 집을 나섰다. 해발 494m 백담사에서 해발 1244m 봉정암까지 750m를 오르는 길이다. 어제 갔던 사람이 많았는지 내려오는 사람이 많다. 달팽이걸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계곡에는 이제 올챙이가 나오니 설악의 계절은 다르다. 계곡물은 때론 조용하게 때론 큰 소리를 내며 끝도 없이 내려온다. 햇살은 밝고 물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이런 축복이 없다.
설악산에 오르기 시작한 지 50년이 되었다. 그때는 봉정암 법당 앞에 봉정산장이 있었다. 지금 종무소가 있는 자리가 산장이었다. 종무소 앞 나무판에 '거자불추 내자불거(去者不追 來者不拒)'라 썼다. '가는 사람 붙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말이다. 머무르고자 오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그렇게 표현하였다. 사회에 발을 디딘 첫여름에 친구들과 설악산에 갔었다. 봉정암 법당에 잠자리를 얻었다. 한잠이 들었는데 사람들 말소리에 잠을 깼다. 어떤 학생이 와서 말하길 친구가 탈진하여 밑에 두고 왔다는 것이다. 스님과 몇몇 사람들이 한밤중에 비를 맞으며 내려갔다. 스님이 몇 시간 후 탈진한 학생을 데려왔다. 종무소 앞 글씨를 보니 그 일이 떠올랐다.
부처님 오신 날 사리탑에는 반달이 비친다. 해거름에 올라 일몰을 보았다. 땅거미가 지니 옷을 몇 겹 입었는데도 춥다. 밤중에 별을 보러 사리탑에 다시 올라갔다. 큰곰자리 북두칠성이 너무나 뚜렷하고 수백 개의 별들이 반짝인다. 흐릿한 별들까지 셈하면 너무 많아 대충이라도 셀 수가 없다. 새벽에는 운해를 보려 또 사리탑에 올랐다. 대기가 안정되면 안개가 끼고, 습기 있는 공기가 상승하면 구름이 된다. 기류가 하강하였는지 운해는 없고, 희붐한 여명이 바위 뒤로 보일 뿐이다.
봉정암에 우리나라 특산식물 솜다리가 있다. 솜은 전체에 흰털이 있다는 것이고, 다리는 꽃핀 모양이 예전에 여자들이 머리숱이 많아 보이라고 덧넣던 딴머리와 비슷하다고 붙인 이름이다. 공룡능선에서 보던 솜다리인데, 이제는 공룡을 걷기에 힘들어하는 나에게 보여주려 함이었을까. 높은 지대 산길에는 여름에 꽃이 피는 눈개승마가 많다. 승마(升麻)는 잎이 마(麻)와 같고 약기운을 상승(上昇)시킨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승마보다는 못하다고 '개'를 붙였고, 눈처럼 희다고 눈개승마이다. 지금 꽃이 한창이다. 부드러운 순과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다. 계곡가에 부게꽃나무가 꽃을 곧추 세우고 있다. 부게는 북어의 사투리로, 꽃차례가 위로 돋은 모습이 부게(북어)처럼 생겼다고 추정한 것이다. 북어의 옛말은 '부거'였다. 솜다리, 눈개승마, 부게꽃나무는 모두가 여름꽃이고 황록색이란 특징이 있다.
해뜰참에 봉정암에서 나섰다. 아침 공기는 신선하고 하늘은 파랗다. 하산길에 여든 살 되는 할머니가 스물은 적어 보이는 분과 동행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우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일행은 앞에 내려갔다고 한다. 밭은걸음으로 걷는 걸음이 빠르다. 나도 저 나이에 저럴 수 있을까 생각하였다. 어떤 분이 지나가며 부처님 오신 날이라는데, 부처님 만나고 가시냐고 묻는다.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느냐는 물음일 것이다. 무얼 깨닫고 가는지, 무얼 버리고 가는지를 묻는 물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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