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53
설악산, 내설악 비경을 걷다
첫날 : 백담사 - 영시암 - 수렴동계곡 - 쌍룡폭포 - 봉정암 - 대청봉 - 소청대피소 (15.0㎞)
둘째 날 : 소청대피소 - 봉정암 사리탑 - 오세암 - 만경대 - 영시암 - 백담사 (12.6㎞)
이동거리 27.6㎞. 이동시간 15:10. 휴식시간 5:01. 계 20:11 (2024.6.11~12. 맑음. 17~21℃)
강원도 북쪽 미시령에서 대청봉을 거쳐 남쪽 한계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가 설악산의 주능선이다. 그 주능선을 두고 내설악과 외설악으로 가른다. 주능선에 공룡능선은 암봉이 공룡등처럼 줄지어 있다는 것이고, 소청봉 아래 봉정암에서 용의 어금니 같이 뾰족한 봉우리들은 용아장성이다. 공룡능선 바깥으로는 설악 제일의 승지 천불동계곡을 만들고, 용아장성 바깥으로는 또 다른 비경 수렴동계곡이 있다. 이번 산행은 수렴동계곡으로 대청봉까지 갔다가, 다음날 봉정암에서 오세암을 지나 백담사으로 돌아오는 내설악 비경 산길이다.
산(山)은 만물을 나게 한다 하여 낳을 산(産)의 음을 취하였다. 만물을 낳은 그 산을 사람들이 찾아든다. 백담사에서 떠나면 계곡이 흐르고 담(潭)과 소(沼)가 늘어서 있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를 백담계곡, 백담사에서 수렴동대피소까지를 수렴동계곡이라 부른다. 그 위에서 내려오는 계곡 이름은 달리 있으나 대표 이름으로 수렴동계곡이라 부른다. 계곡물이 주렴을 친 듯 연이어 흘러서 수렴(水簾)이다. 영시암에서 목을 축이고 계곡으로 오른다. 조선 숙종 때 정쟁에 가족이 희생된 김창흡은 세상과 인연을 끊겠다고 영시암(永矢庵)이라 했다. 길은 사람들이 다지고 고쳐 놓아 어려움은 없다. 다만 풀과 나무를 보고 가느라 발걸음이 더 느렸다.
만수폭포, 관음폭포, 쌍룡폭포로 오를수록 산길은 높고 가파르다. 자장이 1400년 전 부처님 사리를 봉정암 높은 곳에 봉안하였을 때 우리는 그의 탁견을 알 수 없었다. 매월당 김시습, 삼연 김창흡, 만해 한용운이 내설악에 들었을 때도 그 연유가 깊었다. 깔딱 고개를 해탈고개라 하는데, 누구는 힘들어 탈진고개라 하였다. 탈진하면 세상의 번뇌가 다 사라져 해탈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산은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 산은 깊숙이 있어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신비한 힘이 있다.
계곡에는 함박꽃과 산조팝나무, 다래, 눈개승마가 지천으로 있더니, 봉정암을 지나 소청과 대청 가는 길에는 털개회나무와 꽃개회나무, 붉은병꽃나무, 금마타리 꽃으로 화려하다. 잎과 꽃이 비슷한 눈개승마와 노루오줌이 같이 자라고, 2년 된 가지에서 꽃이 피는 털개회나무와 그해 가지에서 꽃이 피는 꽃개회나무가 같이 자라고 있다. 꽃은 다투지 않는다. 정상에 바람꽃을 찾으러 가다가 참기생꽃을 본 것은 대박이었고, 바람꽃이 피기는 좀 이른 시기였지만 한 군데서 기다리던 바람꽃을 찾은 것은 천우신조였다. 해 질 녘 대청봉으로 올라 어둑해져 랜턴 신세를 지고 하산하였다.
다음날 새벽밥을 먹고 출발하였다. 봉정암 사리탑을 지나 오세암으로 향하였다. 설악산에 큰 나무들은 전나무가 아니면 박달나무였다. 고사목도 많다. 요즈음 철에 꽃이 핀 풀로는 눈개승마와 노루오줌이 주종이다. 가야동계곡까지 계속 내려서다가 그곳을 지나면 950 내외의 고개 다섯을 넘는 만만치 않은 산길이다. 가볍게 하고 떠나지 못하여 짊어진 짐이 무겁다. 동자꽃 전설에 다섯 살 동자가 폭설에 절을 지키다가 숨져서 피어난 꽃이 동자꽃이라 했다. 이곳 동자는 조선 인조 때 이곳 주지의 조카로 폭설에 관세음보살을 외우고 절을 지킨 사실의 인물이라 절을 관음암에서 오세암으로 바꾸었다.
봉정암에 가서는 아무도 없는 적멸보궁 법당에 잠깐 들어갔다. 유리 통창 사이로 사리탑이 보였다. 법당 안에는 주불은 없고 연화대만 있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있기에 부처님 형상은 모시지 않는다. 적멸이란 모든 번뇌가 사라진 고요한 상태를 말한다. 고요하였다. 고요함이 묘하였다. 그래서 산에 들어 자리를 잡고 명상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악산은 신선이 머물 신비의 산이다. 산은 여유가 있는 만큼 더 아름답게 보이고 신비를 느낄 수 있다. 짐 진 시간이 많았지만 그래도 잠깐 신선이 되었다.
※ 교통편 : 동서울터미널 - 백담사입구 시외버스 이용
※ 숙박 : 소청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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