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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우리도 산처럼/설악산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 / 장수대에서 남교리까지

향곡[鄕谷] 2021. 10. 30. 14:05

설악산 44

 

설악산 십이선녀탕 계곡

장수대에서 남교리까지

 

장수대-대승폭포-대승령-안산삼거리-두문폭포-용탕폭포-남교리

이동거리 11.7㎞. 7시간 43분 (2021.10.27. 맑음. 6~13℃)

 

 

 

내설악을 오르내리는 계곡은 부채꼴로 모이며 흘러내린다. 안산을 향하여 뻗는 줄기는 탕수동계곡이라 했는데 이제는 십이선녀탕계곡이라 부른다. 대청봉에서 귀때기청봉을 넘어 안산으로 뻗는 서북능선은 하늘벽과 대승폭포를 거느린다. 설악산 8기(奇) 8경(景) 중 일부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장수대에서 내려 숲으로 들어서니 저만치서 물소리가 들려온다. 상쾌한 공기가 물에 실려 내려와 코끝이 상쾌하다. 홍해황엽(紅海黃葉)의 단풍은 벌써 산 아래쪽까지 내려와 있다. 시야가 트이는 곳에 오르니 설악무해(雪嶽霧海) 안개바다가 펼쳐졌다. 대승령 남쪽 가리봉과 주걱봉이 안갯속에서 보일 듯 말 듯하다.

 

설악산에 숨어들었던 세 분의 은사(隱士)가 있다. 매월당 김시습, 삼연 김창흡, 만해 한용운이 그들이다. 설악산을 사랑한 선비 김창흡은 시조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로 유명한 김상헌의 증손이다. 사화(士禍)로 아버지 김수항과 형 김창집이 죽자 세상이 싫어 설악산에 숨어들었다. 김창집이 설악에서 지은 시가 산길에 많다. 장수대에서 40분 정도 오르면 대승폭포다. 우리나라 3대 폭포 중 하나라는 대승폭포는 88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쾌하다. 설악 비경 용비승천(龍飛昇天)이 이것이다. 오늘 본 것으로는 '바람에 물줄기가 부서져 흐트러진 머리칼이 포말에 젖는다'는 글귀에 실감은 못하지만 장엄하다. 폭포를 바라보는 곳 바위에 구천은하(九天銀河)라 새겨놓은 글귀가 있다. 중국 시인 이백(李白)이 지은 '여산폭포를 바라보며'란 시 구절에서 따온 것인데, 장대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하늘에서 은하수가 내려오는 것 같다는 것으로, 그에 못지않다는 표현이다.

 

장수대에서 대승폭포를 지나 대승령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20도는 넘는 오르막이다. 날씨가 도와주어 오름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승폭포를 지나니 10월 하순이라 단풍은 다 떨어지고 없다. 자연의 시계는 빨라 인간을 여유 있게 기다려주지 않는다. 대승령은 서북능선의 갈림길이다. 줄기의 동쪽으로 귀때기청봉이 우뚝하고, 멀리 중청이 보이고 그 뒤로 대청이 정상 끄트머리를 살짝 내밀고 있다. 대승령 북쪽으론 백담계곡과 수렴동계곡이 만나는 곳으로 내려서면 흑선동계곡이고,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은 동쪽으로 어렴풋 멀기만 하다. 대승령을 지나니 가벼운 바람이 분다. 풀은 잎이 다 떨어지고 열매만 보인다. 진범, 조희풀, 요강나물, 세잎종덩굴 열매가 날개를 내밀고 바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안산 길목엔 2032년까지 입산금지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예전에 들어가 아름다운 안산의 모습을 몇 번 보았는데, 희귀 식물을 보호한다고 길을 막았으니 다리 힘이 있을 때 들어가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산 갈림길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초반에 내려서는 길은 경사가 심하고 고르지 못해 편하지 않다. 조금 더 내려오면 키 낮은 나무들이 헝클어져 있고 이끼가 계곡을 차지하여 자연미가 넘친다. 12선녀탕계곡은 탕과 폭이 연속으로 이어져 탕수동이 걸맞은 이름이다. 오랜 세월 흘러내린 물의 힘인지 처음부터 용암수가 만든 솜씨인지 기묘한 탕과 폭포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1968년 10월 이곳 계곡에서 일곱 명의 대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갑자기 물이 내려오면 피할 수도 없는 계곡이다. 그래서 산에서는 늘 겸손해야 하고 방심해선 안된다. 용당폭포를 지나면 산길은 편안하다. 아름다운 풍경에 시원한 물소리로 머리가 상큼하다. 설악에 다녀왔으니 한동안 설악에 취해서 살 것이다.

 

 

※ 교통편 (갈 때) 동서울 06:30 속초행 시외버스 - 장수대 08:35

               (올 때) 남교리-원통 : 택시 이용, 원통 18:25 동서울행 시외버스

 

 

 

 

설악 안개바다

 

대승령으로 오르며

 

대승폭포

 

구천은하(九天銀河) 글귀 / 폭포수가 하늘에서 은하수가 흘러내리는 듯하다는 뜻

 

대승암터

 

대승령(해발 1210) / 건너편이 안산갈림길. 안산에 바위가 조금 보인다

 

대승령에서 안산갈림길 가는 길

 

요강나물

 

진범

 

오른쪽으로 귀때기청봉이 보이고 중간 왼쪽 뒷쪽에 중청과 대청이 겹쳐 있다.

 

기괴한 나무

 

계곡 하산길

 

단풍이 있는 폭포

 

두문폭포

 

두문폭포

 

두문폭포

 

용탕폭포 (복숭아탕)

 

오소리도 나오고

 

깊이 흐르는 계곡

 

 

장수대-남교리 산행길 (붉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