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설악산 지킴이들
조선일보 :
2005.08.25
산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산다. 스님과 ‘산꾼’들이다. 스님은 불교종단의 보호를 받지만, 오로지 산에
의지해서 삶을 꾸려가야 하는 ‘산꾼’들은 보호받을 울타리도 없다. 산꾼들을 만나다 보면
하나의 희망이 보인다. ‘이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사실을 산꾼들이 몸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설악산의 설악동에 거주하는 60대 중반 서종만씨. 40년 가깝게 설악산을 의지해서 살아왔다.
별명이
‘설악산 타잔’이다. 비호같이 날렵하게 산을 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설악산의
골짜기 골짜기를 훤히 꿰고 있다. 어느 바위 옆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도 안다. 중년 때에는
산삼도 많이 캐서, ‘선데이 서울’에 산삼을 가장 많이 캔 사나이로 소개된 적도 있다. 좋은
약초를 많이
섭취해서 그런지 지금도 체력이 좋다.
백담사에서 봉정암 올라가는 중간에 있는 수렴동 산장의 이경수씨. 역시 60대 중반으로 40년
가깝게 설악산에서 살아 왔다. 수렴동 산장은 설악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알려진
가야동 계곡물과, 봉정암에서 내려간 구곡담 물이 합수(合水)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합수되는 곳의 장점은 양쪽 계곡의 물소리가 번뇌를 없애주는 효과를 준다는 점이다. 설악산을
오르다가 다리가 부러진 사람, 눈에 조난당한 사람들을 수도 없이 구조하는 공덕을 쌓았다.
소청산장의 안창경씨 내외. 역시 60대 중반으로 30년 입산경력이다. 설악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해발 1400미터 소청봉 아래에서 평생을 살면서, 운해와 저녁노을 그리고 설경을 바라보며
살았다. 산에 살면서 자식들을 모두 대학까지 가르쳤으니 할 일은 다한 셈이다. 부인은 겨울에
영하 30도 이상 내려가는 혹한에서도 산을 내려가지 않고 산장을 지킬 만큼 산과 하나가 되어 있다.
백담사 입구의 팔각정에서 매점을 하는 정덕진씨. 40대 후반으로서 입산경력 24년. 그는 백담사에서
봉정암에 이르는 12㎞의 계곡 길을 이제까지 수 천 번 왕복했다. 봉정암 불사에 필요한 기왓장을
나르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용대산악구조대’로 활동하면서 조난 당한 등산객들을 업고 가는 일이
주 임무다. ‘산에서는 빈부와 귀천이 평등하게 만난다’는 것이 그의 ‘산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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