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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산시(山詩)

유치환 시 '바위'

향곡[鄕谷] 2005. 8. 26. 19:33

 

 

 

      바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애련(愛憐)-애정과 연민
*함묵(緘默)-입을 다물고 말을 아니함
*원뢰(遠雷)-멀리서 들리는 천둥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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