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글곳간 > 산시(山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경림 시 '갈대' (0) | 2005.08.26 |
---|---|
김소월 시 '산유화' (0) | 2005.08.26 |
유치환 시 '바위' (0) | 2005.08.26 |
신석정 시 '산 산 산' (0) | 2005.08.26 |
퇴계 시 '청량산가' (0) | 2005.08.20 |